꿈을 전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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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적인 개그 스타일로 긴 무명생활을 마치고 ‘대세’가 된 개그우먼 박나래. 그런 그가 자신의 영역을 깨고 나와 점점 더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숱하게 CF 모델을 꿰차더니 DJ로서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이제는 bnt와 패션화보로 마주섰다.
2006년 KBS 21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꿈의 무대 ‘개그 콘서트’를 시작으로 ‘폭소클럽2’, ‘코미디쇼 희희낙락’, ‘웃음충전소’, ‘개그사냥’까지 다양한 무대를 섭렵하며 내공을 쌓던 그. 그런 그가 ‘코미디빅리그’에 둥지를 틀고 ‘썸앤쌈’으로 ‘대세 중 대세’가 되었다.
bnt와 만나 진행한 화보 촬영은 박나래가 기존에 보여줘 왔던 모습에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진중하고 프로페셔널한 분위기 속에 유려하게 흘러갔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그는 지금껏 자신이 걸어왔던 10년간의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보여주었다.
화보 촬영 소감은.
제게 다른 촬영보다는 어려운 편이었어요. 제가 줄곧 해오던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부분이 쉽지 않더라고요. 저는 사실 표정을 세게 하는 게 더 편하거든요. 근데 힘을 빼고 하려니까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사진이 잘 나와서 다행이에요.
기존에 찍었던 사진들을 봤을 때 독특하거나 혹은 강한 느낌의 화보들을 주로 찍어 오신 거 같아서 정반대로 작업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도 더 좋았어요.
세 가지 콘셉으로 진행했는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 콘셉트는.
마지막. 사실 제가 올백 머리가 은근 잘 어울리는데 할 기회가 없어서 시상식 때나 하곤 했거든요. 머리도 맘에 드는데 옷도 너무 여성스럽지 않은 옷이라 더 좋았던 거 같아요. 사실 그런 스타일의 옷을 입을 일이 없거든요. 또 별로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인데 생각보다 잘 어울리고 느낌이 좋았던 거 같아요. 뭔가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느낌? 에너지가 있어 보이면서도 부드러운 느낌까지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어요.
개그우먼이 된 계기.
사실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연극을 했었고 중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연극반에 들어가면서 공연을 해왔어요. 고등학교도 예술 고등학교로 진학을 했고 저는 쭉 연기 공부를 하면서 연기자가 되길 원 했어요.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뭐 그런 얘기 많이 하잖아요. 노래 잘 하는 사람 보면 가수하라고 하고 예쁘면 탤런트 하라고 하고. 저한텐 뭐라고 하겠어요? 개그맨 하라고 하죠. 그러니까 그게 더 싫더라고요. 내가 하고 싶은 건 연기자인데 왜 자꾸 나한테 개그맨이 되라고 하지? 그때도 그런 생각이 있었어요.
그렇게 대학교에 들어가고 신입생이 됐는데 개그 동아리 선배들이 다 잘 생긴 거예요. 그래서 어떻게 같이 술이라도 한 번 마시면서 친해질까 싶어서 개그 동아리에 들어가게 됐어요. 그렇게 1년 내내 잘 놀았죠. 정말 술을 아주 오지게(?) 마셨죠.
그 다음 해에 후배 한 명이 들어왔는데 KBS 20기 공채 개그맨 시험을 보고 떨어진 친구였어요. 그렇게 20기 때 시험을 봤던 친구들 위주로 연락이 온 거예요. KBS에서 아마추어 개그 프로가 생기는데 오디션을 볼 생각이 없냐고. 그 친구도 같은 동아리니까 우리 동아리에서 나가자고 해서 다 같이 나갔죠. 나갔는데 천안에서 왔다 갔다 하다 보니 학교 수업을 빠지게 되는 거예요. 왜냐면 방송을 일주일마다 가야되는데 녹화 날은 수업도 못나가고 그랬거든요. 그러다 보니 한 명 두 명 빠지고 저 혼자만 남게 됐어요.
하다 보니까 개그가 재밌고 저랑 잘 맞았던 거죠. 그리고 그 뒤로 학교를 휴학하고 개그 아마추어 프로그램을 하면서 함께 했던 언니 오빠들과도 친해졌어요. 그렇게 어느 순간 보니 제가 개그맨 공채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고 그게 또 운 좋게 붙게 되서 개그맨이 됐어요.
TV 첫 출연은 고2때 ‘진실게임’ 이었는데. 출연 계기는.
제가 안양 예술 고등학교 연극영화과를 다녔었는데 당시 학교가 실력이 있는 학생들이 많기로 유명했거든요. 그래서 인지 방송 관계자들이 많이 왔어요. 그때 ‘진실게임’ 쪽에서 연락이 왔는데 고등학생 무속인 역할이 필요했던 거죠. 그래서 제가 오디션을 보게 됐고 아주 마음에 들어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VJ 라던가 일반인이 나갈 수 있는 프로그램은 굉장히 많이 나갔던 거 같아요.
공채 개그맨에 합격하게 되고 데뷔 했던 프로는 뭐였나요.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 이라는 코너 에서 칠판 밑을 기어 나오는 귀신 역할로 데뷔했어요. 근데 이게 잘 살려서 그런 건지 재미가 없었던 건지 두 달 만에 감독님께서 귀신은 내려야 될 거 같다고 해서 못하게 됐어요. 그 당시에 개그 프론데 귀신이 너무 무서워서 못 보겠다는 식의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왔었거든요. 제가 봐도 쫌 무섭더라고요.
그만큼 잘 살려내셔서 그런 거 아닐까요.
오히려 그게 독이 됐던 것 같아요. 연극을 오래 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자만심 같은 게 있었던 거 같아요. 왜냐면 그때 주변에 연기를 전공해서 개그맨이 된 사람들이 퍼센트 적으로 따지면 한 10% 정도 밖에 안됐었거든요.
그러다보니 나는 연기를 정식으로 배워서 달라 라는 생각이 들게 됐고 저도 모르게 자만심이 적용하면서 특유의 버릇 같은 게 계속 나왔던 거죠. 그때 절 뽑아주셨던 감독님께서 다른 곳에 가시고 그 다음에 오셨던 감독님이 저한테 연기를 너무 못한다고 그러시는 거예요. 제가 정말 많이 못하기도 했고. 제가 준비한 코너가 재미없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게 되게 충격이었어요.
그때 많이 듣던 얘기가 개그 연기에 힘을 좀 뺐으면 좋겠다는 말이었어요. 지금도 물론 잘 하지는 않지만 지금은 조금이라도 완급 조절을 하려고 하거든요. 근데 그때는 세면 다 좋은 줄 알았어요. 오버를 하는 게 연기를 한다고 생각했던 거죠. 연극 버릇이 묻어나서 세게 하고 표정도 세게 하고. 이런 게 보는 사람들이 너무 부담스러웠던 것 같아요.
‘개그콘서트’ 외에 다른 프로들도 많이 했는데.
‘폭소클럽2’, ‘코미디쇼 희희낙락’, ‘웃음충전소’, ‘개그사냥’ 까지. 개콘 이외에 개그프로들을 쫌 많이 한 편이었어요.
긴 무명 세월을 겪다가 ‘코미디빅리그’로 두각을 들어냈는데. 혹자들은 그 이유를 박나래의 개그 스타일과 ‘개그콘서트’의 스타일이 안 맞았던 것 같다고 해요.
제가 그 얘기를 되게 많이 들었어요. 개콘에 있을 때도 많이 들었는데 그 얘기가 너무 서운한 거예요. 꿈의 무대라고 하는 개콘에서 개콘이랑 안 맞는다고 하면 난 어디로 가야 되는 건지 너무 막막한 거예요. 그럴 거면 뽑질 말지 왜 사람을 뽑아놓고 그럼 난 어딜 가라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수많은 고민을 하던 중에 ‘패션 넘버 파이브’라는 코너가 우리끼린 나름 잘 됐다고 생각을 했는데 갑자기 코너를 내리게 되고. 그러면서 사실 저의 개그 파트너이자 가장 친한 장도연 씨와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개콘에서 코빅으로 옮길 때도 그렇고요.
전부터 친분이 있었던 김석현 국장님께서 코빅이 처음 생긴다고 할 때 저희한테도 오라고 하셨었는데 저희가 개콘에서 이뤄낸 게 없다고 생각해서 조금 더 있다가 말씀드린다고 했었거든요. 그러다 코빅 시즌 3에 들어가게 됐어요.
그전에는 도연이가 되게 완고했어요. 그래도 개콘을 해야 된다고 했었던 거죠. 또 그 친구가 저보다는 더 잘 하고 있었고. 그러다 ‘패션 넘버 파이브’가 끝나게 되니 도연이가 먼저 얘기를 하더라고요. 우리 갈까 하고. 저는 당연히 좋았죠. 저는 진짜 잃을게 없었고 뭔가 새로운 무대를 갔을 때 쫌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장도연 씨와 개콘을 끝내고 코빅으로 넘어가게 됐죠. 사실 사람들이 코미디빅리그에 처음 들어갔을 때 왜 왔냐고 많이 얘길 했어요. 왜냐면은 저희가 ‘패션 넘버 파이브’를 끝내고 길게 쉬고 간 게 아니라 한 3개월 쉬고 갔으니까. 그리고 저희가 그 코너를 했던 기간보다 이후에 잡힌 방송이라던 지 그런 일들이 더 많았거든요.
코빅이 시즌 1, 2에서 흥행을 하다가 마침 3에서 주춤 했어요.
시즌 1, 2가 흥행을 하다 보니 저희도 잘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웬걸 시즌 3부터 내려가기 시작하는 거예요. 또 저희도 너무 못했고. 그때 감독님의 섭외로 들어간 거라 녹화를 바로 뜰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있었거든요. 또 꿈의 무대라는 개콘을 내려놓고 왔기 때문에 더더욱. 근데 그것 역시 자만심이었던 거죠. 솔직히 우리가 뭐라고.
그때 국주 씨랑 저랑 도연이 문규박 씨 이렇게 코너를 준비했었는데 예비군으로 빠진 거예요. 그렇게 예비군으로 빠진 게 총 여섯 팀이었는데 그 안에서 순서를 정해서 하고 탈락하면 다음 팀이 들어가고 탈락하면 또 다음 순번이 들어가는 시스템이었어요. 그랬는데 6번을 뽑은 거예요. 시즌이 총 12갠데 절반 때 들어가게 된 거죠. 그때부터 충격이 오는 거예요.
개콘 사람들은 계속 왜 안 나오냐 개콘 등지고 나가더니 왜 코빅 안 나오냐고 이런 얘길 하는 거예요. 그렇게 6주 만에 코너를 들어갔는데 순위가 안 좋았죠. 그래도 다음에 잘해보자 했는데 웬걸 다음 주에 탈락한 거예요. 그때 다시 한 번 충격을 받은 거예요. 망했다. 진짜로 우리 괜히 온 건가. 그때가 제일 힘들었던 거 같아요. 울기도 많이 울고 사람들이랑 다투기도 하고 안 좋은 소리도 많이 듣고.
이후 코빅에서 10주차 때부터는 탈락이 없었어요. 그러다보니 10주차에 새로운 팀이 들어가야 되는데 누가 들어가겠어요. 왜냐면 코너라는 게 한 번 녹화를 뜨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대박 나는 코너를 쭉 이어가는 게 중요한 거거든요. 그때 당시 모든 팀이 코너를 한 번 뜨면 몇 주를 쉬었어요. 그렇게 아무도 안 들어가니까 감독님이 저희를 부른 거죠. 다음 주에 녹화 뜨게 해줄 테니 새 코너를 짜라고. 그렇게 급하게 만든 코너가 1등을 한 거예요.
그렇게 5주 정도 하다가 그 멤버들이랑 찢어져서 세형이랑도 코너를 하고. 차츰 차츰 괜찮아졌었어요. 중간에 힘들었다가 그렇게 한 2년 정도를 막 잘 되는 건 아니어도 사람들이랑 지내면서 재밌게 했어요. 쉬지 않고 개그 무대에 올라갈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한 거예요. 왜냐면 개콘에서 코너를 올려봤자 1년에 많이 올리면 2~3개니까. 그러면 코너 당 2개월씩 두 개 해서 4개월이라 쳐도 8개월을 쉬는 거잖아요. 그래서 쉼 없이 매일 코너를 짜는 것만으로 너무 행복했어요. 그러다가 ‘썸앤쌈’이 잘됐죠. 그게 제 작년이네요.
그때 김석현 국장님도 그렇고 다른 개그맨들도 ‘썸앤쌈’을 하면서 ‘코미디빅리그’가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고 얘기해줬었던 게 아직도 너무 감사해요.
열심히 해오시다 보니 빛을 발한 것 같아요.
역시 사람이 언제 잘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 같아요.
한 우물을 꾸준히 파신 덕분이기도 한 것 같아요.
우리가 이래서 어느 분야든 10년 한 사람은 인정을 해줘야 돼요. 그게 어떤 분야든 간에.
그러면 지금까지 많은 코너를 진행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코너는 뭔가요.
‘패션 넘버 파이브’랑 ‘썸앤쌈’. ‘패션 넘버 파이브’ 때는 3개월을 했는데 정말 재밌게 했었어요. 그 코너로 대박 났다 할 순 없지만 당시 감독님이 사주신 재봉틀로 매번 저희가 옷을 직접 만들었어요. 진짜 옷을 공장처럼 앉아가지고 실밥 막 날아다니고 밤새서 만들고 그렇게 매주 녹화 들어가기 직전까지도 팔을 꿰매고 시간이 없으니까 테이프로 붙이기도 하고. 그런 것들이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 코너 덕분에 처음으로 화보라는 걸 찍어보고 시상식에 올라가서 춤도 추고. 다른 방송국에서 저희로 특별히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4’ 라는 프로도 만들어주시고. 개그프로를 기점으로 다른 방송이 들어온 게 처음이라서 너무 좋더라고요. 또 그때 멤버들이 너무 친했고.
‘썸앤쌈’ 같은 경우는 너무 애정 하는 코너죠. 제가 너무 좋아하는 코너 이기도 하고. 그때부터 연기가 되게 편해졌던 거 같아요.
아쉬운 코너
‘8차원 주식회사’라고 개콘에서 했던 코너였는데 방송이 몇 번 안 나갔어요. 당시 감독님께서 그 코너가 재밌으니 잘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녹화가 안 나가고 편집이 된 상태에서 한 달을 기다려주신 거예요. 같은 내용으로 매주 녹화를 뜨는 거죠. 터질 때까지.
사실 그런 기회를 주지 않으시거든요. 어떤 감독님이 개그가 터질 때까지 기다려줘요. 재미없으면 바로 내리거든요. 그렇게 한 달을 기다려주시고 한 달 뒤에 사장 역만 3번을 갈아치웠어요. 그렇게 해서라도 만들어주려고 했었는데 잘 안됐죠. 사장을 3번을 갈아치웠는데도 불구하고.
사장이 못 살린 건가요.
아니요. 그냥 재미가 없는 코너였던 거예요. 그런 것도 있고 ‘희희낙락’이라는 프로에서 저랑 김지민 씨가 했던 ‘럭셔리’라는 코너가 있었는데 시청률이 아쉽게도 많이 안 나와서 잘 모르시겠지만 저희끼리는 너무 재밌게 했었어요.
제가 망가지는 걸 되게 좋아해서 여태까지 했던 개그들을 보면 거의 다 망가지는 역할이었는데 그 코너는 정말 깔끔하게 나와요. 깔끔하게 하면서도 웃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코너였거든요. 아쉬운 마음에 김지민 씨랑 나중에 꼭 다시 한 번 해보기로 했어요.
호흡이 가장 잘 맞는 동료
도연이죠. 둘이 딱 이거예요. 눈빛만 봐도 알아요. 이친구가 어떻게 웃길지 보이고. 우리는 이런 호흡이 너무 잘 맞아요. 예를 들면 개그라는 게 내가 아무리 웃긴 얘길 해도 아 뭐야 하면 진짜 재미없어지거든요. 아무리 빵빵 터져도 에이~, 우~ 이 한 마디 때문에 개그가 망하곤 해요. 근데 옆에서 너무 재밌지 않아 하면 개그가 살아요. 재미없는 것도. 아니면 되레 격하게 별로라고 지적해주면 또 살아나는데 그런 호흡들이 딱 보여요. 그게 너무 잘 맞아서 둘이 그냥 뭘 하나 해도 되게 너무 자연스럽고 편하고 기대고. 그런 친구예요.
앞으로 호흡을 맞춰 보고 싶은 동료
세형이랑은 코너를 했었는데 다시 한 번 코너를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세찬이. 세찬이랑은 개그를 해볼 기회가 없었는데 최근에 뭐 하나 하자라는 식으로 얘기를 나눴어요.
지금까지 개그를 해오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리허설 중에 잘못 해서 코뼈가 부러진 적이 있었어요. 어쩌다 그렇게 됐냐면 제 등 뒤에 가방끈을 달고 김인석 씨가 그 끈을 어깨에 걸치면 토트백처럼 사람이 메지고 그 상태로 쓰레기통에 버리는 그림이었거든요. 혹여나 사고가 나면 안 되니까 옷을 진짜 열심히 꿰맸어요. 거기까지도 괜찮았고 쓰레기통에도 잘 넣었어요. 우리가 생각했던 최종적인 그림이 뭐였냐면 쓰레기통에 엉덩이가 깊숙이 빠진 채로 손이랑 발이 데롱데롱 나오는 만화 같은 그림을 생각한 거예요. 그렇게 해서 잘 넣는데 이 쓰레기통이 빈 쓰레기통이었는데 자빠진 거죠. 그렇게 코뼈가 부러졌어요. 그때 참 슬펐어요. 제가 얼굴을 이래저래 손을 많이 봤는데 코는 제거였거든요. 10개 갖고 있는 사람한테 하나를 뺏은 게 아니라 1개 갖고 있는 사람의 하나를 뺏은 거니까. 그래도 김인석 씨가 너무 미안하다고 위자료도 주셨어요.
2015년엔 MBC에서 방송연예대상 뮤직토크쇼부문 여자 신인상을 수상했는데 당시 느낌은 어땠나요.
상상도 못했어요. 사실 저의 뿌리는 KBS고 주 무대는 tvN이었고 저를 만들고 띄워준 건 MBC이었거든요. KBS에서도 신인상을 받은 적이 없는데다 큰 무대에서 상을 받는 게 처음이었어요. 감사하면서도 내가 이 상을 받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왜냐면 분명 MBC에서 저를 이렇게 만들어주셨지만 제가 MBC에서 이렇다 할 대표 프로그램이 없거든요. 그러다 보니 제가 기여를 많이 하지 못한 거 같아서 죄송스럽더라고요. 그래서 열심히 MBC의 딸이 돼서 일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다양한 예능 프로에 출연 했는데, 다시 한 번 출연해보고 싶은 예능이 있나요.
‘마리텔’이요. 아시죠? 저랑 장도연 씨랑 나갔다가 통 편집 된 거. 속상하더라고요. 우리끼린 되게 재밌었거든요. 반응도 좋아서 감독님이 CG를 잘 입혀서 해주실 줄 알았는데 그렇게 통 편집하실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그래도 인터넷 방송만큼은 레전드로 남긴 것 같아요.
방송 불가한 콘텐츠에 대한 논란 때문에 하차하신 건가요.
(웃음)모르겠어요. 원래 그 당시에 마리텔에 한 번 나가면 여러번 불러준다고 들었는데 이상하게 저희는 한 번이 끝이었어요. 근데 그게 파장이 굉장히 컸던 거예요. 사람들 기억 속에. 재밌었어요. ‘SNL’도 한 번 더 나가보고 싶은 프로 중에 하나예요.
다양한 분장으로 화제를 불러 모았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분장은 뭔가요.
최고는 마동석 씨. 나중에는 마동석 씨 사진 밑에 왜 자꾸 마동석을 보는데 박나래가 떠오르지, 이거 박나래 아니야 라는 식의 댓글이 달렸는데 이게 너무 기분이 좋더라고요. 마동석 씨도 제가 한 걸 보고 본인도 다른 분장은 잘 모르겠는데 제가 했던 분장은 제일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얘기해주셔서 기뻤어요. 잭블랙도 인종을 넘어서 잘 된 분장 중 하나죠.
이후 도전 해보고픈 분장
뭐 김수현 씨도 있고 많이 있죠. 김수현 씨는 특히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뭐 많은데 사실 요즘 분장 개그 하면서 저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려야 될 거 같아서 다른 개그를 준비하고 있어요. 특별히 분장이랄 건 없지만 평범하진 않을 거 같아요.
이런 박나래 에게 영감을 주는 것들은.
영화, 드라마, 만화책, 인터넷 기사를 많이 봐요. 개그맨들은 일단 새로운 개그를 짤 때 인터넷을 먼저 봐요. 그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최근에 영감을 받았던 것
영화 ‘부산행’. 등장하는 좀비를 보면서 소스를 얻었어요. 또 ‘수어사이드 스쿼드’ 같은 경우는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보면 뭔가 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약간 아껴두고 있어요.
연애 중인지.
연애는 아니고 오며가며 건강하게 썸을 타고 있어요. 저는 자유로운 사람이기 때문에. 그러고 있습니다.
이상형은.
순진한 사람이요. 제가 말을 많이 했었어요. 첫 눈 같은 남자, 맨밥 같은 남자, 원석 같은 남자, 약수터 같은 남자. 얘기인즉슨 뭐냐면 제가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서 되게 여러 남자들을 이성적인 목적만이 아니라 여러 자리에서 만나봤는데 보면서 많은 걸 느꼈어요. 선수들끼리는 선수를 알아본다고 그쪽도 절 안 좋아해요. 아무것도 모르는 친구들이 그냥저냥 얻어걸리는 거죠.
평소 취미
만화책도 보고 영화도 좀 보고 디제잉도 하고. 미술관이나 전시회 가는 것도 좋아해요. 시간 날 땐 여행을 가려고도 하고요.
디제이 활동을 전부터 쭉 해왔는데 공연 계획 있는지.
조만간 제주도 해변에서 파티를 할 거 같아요.
스트레스 해소법.
일단 술 마시는 걸 좋아해요. 또 스트레스를 받으면 영화나 만화책을 봐요. 아니면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하고 구경하고. 스트레스 받으면 혼자 잘 있지 않으려고 해요. 웬만하면 주변 사람들을 만나서 푸는 편이에요.
그리고 그 원인이 뭔지를 찾아내서 그걸 고쳐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보면 제 성격이 까다로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근데 저는 제 인생이 즐거웠으면 하거든요. 저는 쾌락주의자예요. 하루를 살아도 한 번을 먹어도 한 번을 해도 다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제가 즐겁지 않은 걸로 스트레스 받는 걸 너무 싫어해서 스트레스 받으면 그걸 없애야 돼요. 못 없애면 뭐, 어쩔 수 없죠. 그걸 이겨낼 만큼 조금 더 단단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죠. 이걸 이겨내야지 하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사실 중요한 건 스트레스 받아도 단순해서 금방 잊어요. 그냥 맛있는 음식 먹고 술 먹고 하면 다음날 스트레스보다도 숙취 때문에 머리 아파서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겠고 그래요.
그냥 즐겁게 살려고 해요. 사람이 매번 즐겁게 살 수는 없겠지만 그러려고 하는 편이에요. 진지한 얘기를 해도 즐겁게 할 수 있거든요. 슬픈 얘기를 해도 저와 친구들은 즐겁게 얘기해요. 분위기 나름인 거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은
안 해본 것 좀 해보고 싶어요. 저는 새로운 일을 하는 걸 되게 좋아해요. 그래서 제일 좋아하는 게 새로운 장소를 가서 길을 외우는 거 좋아해요. 처음 가는 장소는 다 한 바퀴 돌아봐요. 제가 모르는 게 있는 걸 못 참아요.
주변에서 제게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할 만큼 폰을 쥐고 있는데 딴 걸 보는 게 아니고 계속 새로운 걸 찾아서 알아내요. 어떤 뉴스에서 이 용어를 모르면 그걸 찾아보고. 그렇게 새로운 일을 하거나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요. 또 기회가 된다면 연기를 하고 싶다고 제가 굉장히 얘길 많이 하고 다니는데 연락 한 번이 안 오더라고요. 그래도 사람이 계속 얘기하다 보면 된다고 했거든요. 언젠가는 꼭 도전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이제 박나래 하면 떠오르는 메인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제 목표예요. 그게 제가 더 당당해질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절보고 박나래 뭐 맨날 하는 거 술 얘기 남자 얘기에 주사 부리고 분장 하는 것 밖에 없잖아 라고 하세요. 물론 분명 그거밖에 없기도 해요. 하지만 제 이름을 단 타이틀의 프로그램이 있고 조금이라도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다면 그 얘기를 재밌게 풀어도 어차피 이건 박나래 프로그램이니까 쟤는 저런 애구나 하게 될 거 같아요. 아직은 저라는 사람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잘 모르시니 더 이름을 알고 싶어요.
최종 적으로 어떤 개그우먼이 되고 싶은지.
단단하면서 즐겁게 사는, 유쾌한 개그우먼이 되고 싶어요. 전 되게 단단한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악플을 달아도 스트레스는 받지만 금세 잊어버려요. 저는 슬프고 무겁고 그런 것들이 정말 싫거든요. 다른 사람들이 절 봤을 때도 가볍고 유쾌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