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 학원 - 학교, 혹은 학교 – 도서관 – 집. 꿈을 이루기 전의 그녀는 누구보다 게임과 거리가 먼 학생이었다. 인터뷰 내내 ‘제대로 게임 한 번 못해봤었다’고 수줍게 웃는 그녀지만, e스포츠를 대표하는 아나운서를 꼽을 때 그녀의 이름이 빠지는 경우가 없다. 오늘의 주인공은 포근한 봄햇살만큼이나 따뜻한 미소를 지닌, ‘스포티비 게임즈’의 ‘미녀 아나운서’ 이현경이다.
‘도타2’와 ‘스타크래프트2’에서 멋진 인터뷰 실력과 노력하는 모습으로 팬들뿐만 아니라 e스포츠 선수들의 마음까지도 사로잡은 그녀가, 이제는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4월을 맞이했다. 대세 게임이라 불리는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 것. LOL에서도 팬들의 마음을 훔칠 수 있을 지, 그녀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오피지지 : 첫 만남, 친해지기 전의 어색한 시간에는 역시 이런 질문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먼저 자기소개를 간단히 부탁드려도 될까요? (웃음)
이현경: 아, 그런가요?(미소). 뭐라고 소개를 해야 할까요? 음… 글쎄요… 현재 스포티비 게임즈에서 LOL 프로그램 ‘PTL 코리아’를 진행하고 있는 이현경 아나운서입니다.
이 정도면 될까요?
오피지지 : 그래요. e스포츠 팬들은 이현경 아나운서를 많이 알고 계실거라 믿으니까, 그 정도면 될 것 같네요. 더 자세한 건 검색해 보죠, 뭐.
이현경 : 아, 검색하면 제가 나오나요? 제가 그런 검색 같은 걸 잘 안 해서요.
오피지지 : 팬들의 힘은 대단하더라고요. (하하) 저도 이현경 아나운서에 대해 조금 검색해 봤거든요. 그런데 재미있는 내용이 있더라고요. 원래 고려대학교 치기공학과를 졸업하셨더라고요. 게임과는 전혀 상관없는 곳 아닌가요?
이현경 : 사실 저는 진짜 전형적인 한국 고등학생이었어요. 중학교, 고등학교 때도 열심히 공부만 했고, 대학교에서도 별다른 생각없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졸업할 때가 되어서야 취업 걱정을 하게 됐어요.
오피지지 : 요즘에는 대학교 들어가자마자 취업 준비를 하지 않나요?
이현경 : 맞아요! 요즘에는 신입생 때부터 취업 준비를 한다는데 저는 졸업할 때가 되어서야 걱정한 거죠. 그 때가 되어서야 “이 전공이 과연 나한테 맞는 것일까?”, “평생 직업으로 삼기에 정말 좋아하는 일인가”하는 고민이 들었어요. 고민 끝에 치기공학과의 길은 제 길이 아닌 것 같아서 가족과 미래에 대해서 상의를 많이 했어요.
오피지지 : 뒤늦은 사춘기인가요? (웃음) 그래서 치기공학과 대신에 아나운서를?
이현경 : 아나운서 공부가 어렵다는 건 주변에서 들어서 알고 있었어요. 그래도 항상 남이 시키는 공부만 하다가 제가 먼저 해보고 싶어서 한 공부가 아나운서였거든요. 그렇게 25살이 되던 겨울에 아나운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아나운서가 쉽게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성격이 좀 느긋한 편이라서 오래 공부할 각오를 하고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었죠.
오피지지 : 그러다가 스포티비에 지원을 하게 된 건가요?
이현경 : 공부를 하면서 경험 삼아 여러 군데 시험을 봤었거든요. 당시에 스포티비 게임즈에서 도타2 아나운서를 뽑는다고 해서 지원을 했어요. 사실 게임도 잘 모르고, 경험도 없어서 합격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거든요. 그런데 놀랍게도 바로 합격을 하게 됐어요. 저도 당황할 정도였어요.
오피지지 : 와아, 스포티비 인사과분들이 인재를 알아보는 눈을 가지셨네요. (웃음) 게임과 아나운서, 둘 다 잘 모르는 상황에서 처음 일을 시작한 거였네요. 힘들지는 않았어요?
이현경 : 저는 ‘주어진 일은 확실하게 해내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도타2 아나운서를 할 때도 다른 것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주어진 일을 잘하기 위해서 노력하면서 흥미를 느끼게 됐어요. 특히 게임도 게임지만, e스포츠에 많은 흥미를 느꼈어요. 선수들의 열정이 정말로 빛나 보였거든요.
오피지지 : 주변에서도 이현경 아나운서를 보고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는 걸 들었어요. 그런 평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이현경 : 그런 이야기는 대체 누가 하는 거죠? (당황한 웃음). 음, 글쎄요.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한다고 하면 건방진 것 같고요. 스스로에게 관대하지 못한 성격인 것 같긴 해요. 지금 내가 하는 역할에서 더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꾸준히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오피지지 : 정말 성실한, 모범생 같은 모습이네요. (하하). 그럼 게임 이야기를 해볼까요? 아까 게임은 잘 안했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때요? 많이 해봤나요?
이현경 : 그런 질문하실 것 같았어요. 음, 아무래도 게임을 어릴 때부터 즐겨했던 것이 아니라 그런지 실력이 금방 늘지는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피지컬이 뛰어날 정도로 나이가 어리지도 않아서…(웃음). 대신에 게임 자체를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오피지지 : 게임을 즐기는 게 아니라 이해하신다고요? 어떤 식으로요?
이현경 : 별건 아니고요… 예를 들어서 게임하기 전에 미리 챔피언들의 스킬을 하나씩 다 외우고요, 직접 게임에서 써보면서 공책에다가 필기를 하면서 외웠어요. 대신에 게임으로만 접근하면 낯설고 재미가 없어서 선수들이 어떤 식으로 게임을 하고, 무엇을 잘했는지 항상 끊임없이 살펴보면서 게임을 했던 것 같아요. 설명하면서 생각해보니 게임도 공부하는 것처럼 했네요. 도타2도, 스타2도, 그리고 지금 한창 배우고 있는 롤도 그랬던 것 같아요.
오피지지 : 대단…하네요. 보통 게임은 하면서 실력이 늘잖아요. 공책에 쓰면서 공부하는 건 잘 상상이 안되긴 하네요.
이현경 : 그래도 저는 재밌어요! 열심히 하거든요!
오피지지 : 그래요, 본인이 재밌으면 됐죠. (웃음) 스타크래프트2와 도타2 때는 팬들에게 여신이라는 칭호를 받았잖아요. LOL에서도 자신 있나요?
이현경 : 그런 걸 물어보면 팬들이 싫어해요!
오피지지 : 에이, 다들 좋아하실 거예요. 어때요? 자신 있으세요.
이현경 : (체념한 채) 아뇨, LOL에서 여신으로 불릴 자신은 없어요. 어느 분야에서도 자신 없고요. 그냥 좋은 사람들과 꾸준히 e스포츠 업계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고 재미있어요.
오피지지 : 그렇게 웃으면서 이야기 하시니 제가 더 장난을 못 치겠네요. LOL은 어때요? 많이 해봤나요?
이현경 : 일단 솔직하게 말하면 올인해서 하고 있지는 못해요. 현재 다른 리그가 진행되고 있기도 하고, 아직 스포티지 게임즈가 ‘PTL 코리아’를 제외하고는 따로 LOL 프로그램이 없거든요. 그렇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하고 있어요. LOL 용어 같은 것도 많이 공부하고 있고요.
오피지지 : LOL 용어요? 별로 안 좋은 표현도 많은데…(하하). 그런 건 주로 어디서 보나요?
이현경 : 촬영할 때 함께 하시는 해설자분들에게 많이 물어보면서 배우고 있고요. 온라인 커뮤니티나 기사 댓글들을 보면서 공부하고 있어요. 특히 LOL은 챔피언마다 별명이 많아서 하나씩 다 적어가면서 외우고 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LOL 기사는 다 보고 있어요.
오피지지 : 저희 사이트는 어때요? 오피지지는 써봤어요?
이현경 : 촬영할 때 통계나 챔피언 분석 같은 걸 보려고 참조하고 있어요.
오피지지 : 그렇다는 건 아직 전적검색은 안 해보셨다는 거네요? 그게 가장 재미있지 않나요?
이현경 : 제가 아직 전적검색을 할 정도로 게임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서요. 지금은 배우는 단계니까 실력이 조금 더 늘면 그때 해보려고요.
오피지지 : 그렇다면 주 포지션은 주로 어디를 가세요? 서포터?
이현경 : 아뇨, 미드를 주로 가요. 요즘에 많이 나오는 아지르도 해봤어요. 어렵긴 했지만(웃음). 그래도 가장 많이 한 챔피언은 ‘애쉬’예요. 재미있더라고요.
오피지지 : 재미도 있지만, 튜토리얼에서 나왔으니까 가장 많이 한 거죠?
이현경 : 앗, 어떻게 아셨어요? (웃음) 맞아요. 튜토리얼에 나왔길래 자주 했어요. 그래도 요즘 나오는 챔피언들은 한번씩 다 해보고 있어요.
오피지지 : 혹시 해설자분들이나 다른 사람이랑 같이 하면서 도움을 받나요?
이현경 : 아뇨, 아직 남들이랑 함께 할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열심히 LOL에대해 공부할 때라고 생각해서 혼자서 연습하고 있어요. 아까도 말했듯이 제 실력에 어느 정도 자신이 생기면 다른 사람들과 같이 할 생각이에요.
오피지지 : 그때는 저랑도 같이 했으면 좋겠네요.
이현경 : 아, 네...(난감한 미소)
오피지지 : 그럼 평소에는 주로 무엇을 하고 쉬나요?
이현경 : 별다른 일이 없을 때는 집에서 쉬어요. 혼자 다니는 걸 좋아해서 산책을 하거나 영화를 보러 가거든요. 최근에 <데드풀>을 봤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B급 감성을 자극하는 내용을 좋아하거든요.
오피지지 : 데드풀이라니… 그건 상당한 마블 팬들이 즐겨 보는 영화잖아요! 이미지와 다른데요? (웃음)
이현경 : 제가 ‘히어로 영화’를 정말 좋아해요. 국내에 개봉한 마블 영화들은 다 봤고요.
오피지지 : 그러면 <배트맨 vs 슈퍼맨>도 보러 가시겠네요?
이현경 : 그게… 제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를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저한테 배트맨 영화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마지막이랄까요. 다른 배트맨 영화를 보지 않으려고 해요. 아마 이번 영화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보지 않을 것 같아요.
오피지지 : 그거 아세요? 오늘 인터뷰하는 도중에 가장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계세요. (웃음) 여기서 마블 마니아를 만나니 반갑네요. (하하) 다른 취미는 없나요?
이현경 : 또 뭐가 있을까나. 아, 책 보는 것도 좋아해요. 딱히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 보거든요. 자기계발서는 빼고요.
오피지지 : 그건 왜요?
이현경 : 자기계발서는 ‘너 그렇게 살면 인생 망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웃음)
오피지지 : 슬슬 인터뷰도 끝나가고 있는데요. 이쯤에서 피할 수 없는 질문이 하나 있거든요. (뜸 들이며) 현재 애인은 있나요? 없다면 좋아하는 이상형은?
이현경 : 현재 애인은 없어요. 바쁘기도 하고, 제가 지금 열심히 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기도 하니까. 그리고 이상형은 따로 정하는 것이 좀 무의미한 느낌이 들어서 별로 생각을 안해봤어요. 굳이 꼽는다면 저는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이 좋더라고요.
오피지지 : 인터뷰 내내 실컷 놀린 저는 이미 탈락이겠네요… 뭐, 어쩔 수 없죠. 그럼 정말 끝으로! 오피지지에 찾아오는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이현경 : 오피지지 독자 여러분! 제가 LOL 관련해서는 처음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껏 열심히 해왔듯이 LOL에서도 욕심내지 않고 차근차근 발전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LOL에서도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고신용 기자
출처 오피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