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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인터뷰> “주식은 환상이고, 망하는 데는 6개월도 안 걸리더라” : 옐로트래블 조맹섭 대표 인터뷰

작성자 : 커리어셀 작성일 : 2018-09-20 조회수 : 451

1. 옐로트래블 대표, 따스한 회사를 뛰쳐나오다

리승환(이하 ‘리’): 안녕하세요, 무슨 일을 하고 계신가요?
조맹섭(이하 ‘조’): 저는… 사장 일을 하고 있습니다.

리: 사장 일이란 무엇인가요?
조: 제가 생각하는 사장이란… 일을 안 하는 겁니다.

리: 그래서 안 하고 계십니까?
조: 하고 있으니 문제입니다(…)

현실에 이런 일은 없다 (출처: 약치기 그림)

리: (…) 그러면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조: 3개 회사를 돌리고 있어요. ‘옐로트래블티켓’은 리조트 관련 총판 사업이고, ‘티켓매니아’는 제주도 레저 입장권 관련 B2B 사업이에요. 마지막으로 신사업 ‘피싱매니아’는 배낚시 예약 플랫폼 사업이고요.

리: 말씀만 들으면 재벌 같습니다. 다들 잘 되고 있나요?
조: 그보다는 구멍가게 세 곳을 돌리는데, 셋 다 파리가 날리는 모양새입니다. 그래도 티켓매니아는 꾸준히 잘 되고 있어요. 비전 측면에서는 새로운 시장을 여는 피싱매니아가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요. 옐로트래블티켓은… 제가 이걸 왜 하고 있는 걸까요…

리: 그러게요. 하나도 잘 하기 힘든 세상, 셋 씩이나…
조: 짧게 이야기하면 원래 제가 옐로트래블 대표였어요. 2014년 5월 대표로 와서, 열심히 인수합병하며 일을 키워나갔죠. 그러다가 올해 4월 옐로트래블티켓과 티켓매니아를 지분스왑 방식으로 인수해서 나와서 대표가 된 거죠. 피싱매니아는 나오면서 이 사업 재밌을 것 같다고 추가로 시작한 거고.

그렇게 지옥문이 열렸다

 

2. 4개월만에 2억을 까먹다

리: 그 두 회사는 잘 되고 있는 회사였나요?
조: 그러면 제게 넘겨 줬겠습니까. 적자 보는 회사였지.

리: 그래서 돈은 잘 벌고 있나요?
조: 망해가고 있죠… 그때보다 적자 폭이 더 커졌습니다.

리: 저기요(…)
조: 픗픗 인터뷰든 뭐든 인터뷰를 보면 어려움을 겪었다가 재기해서 잘 된다는 이야기가 다수이던데… 그것보다 망했을 때 인터뷰하는 게 훨씬 더 재밌을 것 같아서(…)

…….

리: 대체 월 얼마나 까먹고 있기에…?
조: 4월에 들고 나와서 월 1억씩 까먹었네요. 뭐, 그 시즌이 비수기이긴 하지만, 성수기인 7월, 8월도 5천씩 까먹었어요.

리: 저기… 괜찮으세요?
조: 선수들끼리 왜 그래요. 당연히 안 괜찮지.

리: ……
조: 물론 두 회사가 애초에 돈을 벌고 있는 회사는 아니었죠. 그래서 들고 나온 거고… 하지만 전 제가 인수한 회사니까 책임을 져야죠. 하지만 솔직히 제가 그렇게 잘 한 것 같지는 않네요.

인터뷰 분위기(…)

리: 옐로트래블 계속 계셨으면 편히 살 수 있지 않았습니까. 지분 장외 거래도 좀 하고(…)
조: 돌이켜 보면 일종의 호기였던 것 같아요. 제가 항상 잘 된 건 아니지만 대학교 때 성공적으로 클럽도 운영해 봤고, 또 이후 회사생활 할 때도 성과가 좋았어요. 위메프에서는 창업멤버로 뛰었고, 어쨌든 옐로트래블 대표였으니… 나라면 살릴 수 있어, 내 거 되면 내가 열심히 하겠지… 이렇게 들고 나왔다가, 역시 사업이라는 게 허세와 호기로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있어요. 올해 서른 아홉인데, 한 번도 예상하지 못한, 또 이럴 거라고 생각한 적도 없는 일을 근 6개월 간 폭풍처럼 겪고 있네요.

리: 재무제표 다 봤을 거 아닙니까?
조: 옐로트래블 대표였으니 당연히 잘 알고 있었죠. 그 상황에서 잘해보려고 했어요. 그게 말처럼 쉽지 않더라고요.
 

3. 연이은 소송과 세금 폭탄, 인생은 동화가 아니었다

리: 어쩌다 이렇게 힘든 일을 겪고 있나요?
조: 그렇게 근거 없이 회사를 나온 건 아니었어요. 옐로트래블티켓이 옐로트래블 산하에서부터 적자이긴 했지만, 시그널이 나쁘지는 않았어요. 사실 이 사업이 좀 전통적이에요. 관광지, 리조트에 돈을 넣고, 이 돈으로 티켓을 사서 소셜커머스 등 채널에 파는 비즈니스 모델이거든요. 여기에 자본을 좀 넣어서 고도화시키면 분명 회생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옐로트래블티켓은 티켓과 회원권을 여러 곳에 유통시킨다

리: 일종의 중간상인 역할이군요.
조: 네. 우선적으로 계속 자금을 순환시키며 투자 등을 받으려 했죠. 그런데 옐로모바일 산하에 있을 때는 보증보험을 끊을 수 있었어요. 모회사가 있으니… 그런데 들고 나왔더니 보증보험을 끊을 수 없더라고요. 지불유예 보증보험… 현실은 엄마아빠 없고 튼튼하지 않은 회사에 돈을 쥐어줄 리가 없더라고요. 그게 안 되니까 애초에 티켓을 매입할 돈이 없어서 현금순환이 팍 막혀버린 거죠.

리: 기존 거래처는 어떻게 안 됐나요?
조: 올 초 여러 개 회사, 리조트들과 총판 계약은 다 했어요. 그런데 돈을 못 구하니까 계약은 자연히 파기가 되더라고요. 채권채무가 여럿 얽힌 소송도 있어요. 사업을 하다 보니 소송하기도 하고 당하기도 하고… 그런데 이것도 잘 안 풀리더라고요. 그렇게 폭망해가고 있어요.

리: 소송은 어떤…?
조: 소송 하나는 승소했어요. A사에서 2년 전 받아야 할 돈 못 받은 케이스인데, 1년 간 소송하며 최근 승소했어요. 그래서 항소 없으면 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또 B사에서 우리가 몇 억 미지급했다고 소송을 걸었어요. 계약서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아무튼 그것 때문에 우리가 A사에서 받아야 할 돈을 B사가 가압류신청했고, 그걸 법원에서 받아들여줘서 돈이 묶인 상태에요. 자그마한 기업에서 3~4억이면 엄청 큰 돈이거든요. 그렇게 현금흐름이 막힌 상태에요.

비즈니스 현실은 단호하다

리: 스트레스가 엄청나시겠군요.
조: 근본적으로 다 제 문제라고 생각해요. 사실 옐로트래블 있을 때부터 고민이 많았어요. 그때 많은 회사를 인수했는데, 제 철학이 좀 부족했어요. 그 중 일부 회사가 실패했고, 나중에 그 회사들에 대해서 제가 책임을 지려고 적자 난 두 개 회사를 들고 나온 건데… 제 착각이었어요. 아주 냉정하게 사업을 판단하고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잘 되겠지 뭐… 어떻게든 되겠지… 이런 식으로 했으니… 결론적으로는, 4개월 허비하며 직원도 반 이상 구조조정한 상태에요.

리: 어디 쪽을 구조조정한 거지요…
조: 거의 옐로트래블티켓 위주로 구조조정했어요. 티켓매니아의 제주도 레저 사업은 여전히 잘 되고 있어요. 정말 아쉬운 건 피싱매니아인데… 정말 장래성이 큰데도 일부를 내보내야 했거든요.

리: 이제 곧 전세보증금을 빼는 슬픈 이야기로 이어지겠군요.
조: 제가 좀 즐기고 살다 보니 돈을 많이 모으지는 못했어요. 지금 남은 건 보증금 4억이 전부인데, 고민 중이죠. 저는 상관 없는데, 과연 가족에게까지 피해를 줘야 하는가… 이런.

이런 단란한 가정을 잃어서야(…)

리: 하지만 안 빼고 버티기도 힘들지 않습니까.
조: 그렇죠. 사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은 게… 두 개 회사를 인수할 때 지분스왑으로 했기에 국가에 내야 할 세금이 있더라고요. 그게 4억 정도인데… 사업도 이렇게 됐는데 4억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국세체납을 하면 압류가 되는데…

리: 뭔 세금이 그렇게 많죠?
조: 형식적이라고는 해도 지분스왑이란 게, 옐로트래블티켓 주식과 옐로트래블 주식을 팔고, 옐로트래블티켓과 티켓매니아 주식을 산 거잖아요? 종이를 주고 받아도 세금은 발생하더라고요. 옐로트래블 2% 이상 지주이다 보니, 과세가 2배… 20%가 넘고… 물론 그것에 대한 세금이 그만큼 발생할 건 알았어요. 다 알고 계약서 쓴 거지만, 돌이켜보니 너무 긍정적으로 생각했더라고요. 3개 회사가 그럭저럭 구르고 있고, 포텐셜이 있으니 투자 유치도 될 거라 생각했어요.

리: 하지만 인생은 동화가 아니고, 우리는 왕자님도 아니죠.
조: 네. 그렇게 한 축씩 무너지기 시작했죠. 보증보험 못 쓰고, 소송에 휘말리고, 체납 위기도 따르고… 사업이 시작한지 6개월도 안 돼서 한 방에 이렇게도 되는구나… 남의 이야기 들어보니 몰랐는데, 내가 이런 일 겪을 줄이야… 참 그렇네요.
 

4. 엄청난 가치의 주식, 헛바람만 들게 하다

리: 잠시 과거로 돌아가 보죠. 대학교 때 클럽 운영하고, 졸업 후 뭘 한 거죠?
조: 뭐, 그 다음에는 ‘주인장닷컴’이라는 쇼핑몰을 만들었어요. 아프리카라는 이름이 붙기 전 W라는 서비스가 있었는데, 거기서 매일 방송하는 컨셉이었죠. 동네 아저씨들끼리 물건을 설명하고 하는… 그걸 한 2년 가까이 운영하다 접고, 여기저기 회사를 다니다가… 위메프가 생길 때 창업멤버로 합류하게 됐어요. 브랜드팀장, 마케팅팀장을 맡게 됐죠.

리: 오… 계속 있었으면 지분으로 부자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조: 제 징크스가 있는데, 제가 나가면 다 잘 돼요. 위메프도 잘 될 것 같고, 말은 많지만 앞으로는 옐로도 잘 될 것 같고, 제가 사장 관두면 제 회사도 잘 될 것 같고…

리: ……
조: 아무튼 위메프에서 2년간 마케팅을 맡다가 여행을 맡게 됐어요. 2년간 위메프 여행 카테고리를 열심히 키웠는데, 어느 날 전혀 연고도 없는 이상혁 옐로모바일 대표님이 찾아오더라고요. 그래서 옐로트래블을 만들어 키울 생각을 이야기하며 함께 하자고 하는데… 아무 관심도 없어서 몇 번 거절했는데도 끈덕지게 찾아와서 설득하더라고요. 저도 커머스를 벗어나 여행업에서 뭔가 멋진 시도를 해보고 싶어서 그쪽으로 합류하게 됐죠.

리: 옐로트래블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했지요?
조: 다들 아시겠지만 주로 인수합병을 많이 했죠. 주로 옐로모바일 산하 그룹들끼리 시너지를 내는 형태로만 보도되는데, 그렇진 않아요. 한국 여행업계에 어느 정도 투자만 들어가면 잘 될 수 있는데, 여전히 낡은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거든요. 그런 업체들을 모아서 여행업계를 뒤바꿔보고 싶었던 거죠.

이때만 해도 멀쩡하긴 했다(…)

리: 그런데 왜 나온 겁니까(…)
조: 옐로모바일이 외부에서 많은 비판을 받지만, 내부적으로 정말 열심히 하는 조직인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문제는 저였어요. 그 꿈이 조금씩 잘못되더라고요. 어차피 현금화도 불가능한데 주식이 있다 보니, 이미 많은 돈을 쥔 것 같고 어깨 뽕 들어가고…

리: 뭐, 그 정도가 큰 일이겠습니까만…
조: 그보다 제가 변하더라고요. 대단한 사람인 것 같고. 누구 판단도 잘 듣지 않고… 성격도 좀 독선적으로 바뀌더라고요. 결국, 언젠가는 이렇게 될 것이었어요. 어느새 제가 제 자신 조맹섭으로서가 아니라, 뭔가 바람 들린 모습으로 있었으니… 정신 차리니 이렇게 되어 있더라고요. 지금은 처절하게 느끼고 있어요. 지금이 어떤 상황이고, 제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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