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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세종대왕 유적관리소 홈페이지
세종대왕은 정사를 볼 때와 마찬가지로 여인들에게도 깐깐한 지아비였습니다. 다음은 <공사견문록>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한 어린 궁녀가 후궁 중에서 으뜸으로 사랑받게 되었는데, 임금의 사랑을 믿고 작은 일을 부탁한 일이 있었다. 그러자 세종이 이렇게 말했다.
"아녀자가 감히 청탁하였으니, 이는 내가 사랑을 보여서 그런 것이다. 이 계집이 어림에도 이러하니 자라면 어떨지 감히 짐작하겠다."
그렇게 말하고는 물리쳐 멀리하니, 다시는 가까이하지 않았다.
어린 궁녀에게도 깐깐하게 굴던 세종대왕이었지만 한 여인, 척실 홍씨에게만은 예외였다고 합니다. 그녀는 세종이 왕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얻은 후궁이었습니다.
홍씨는 원래 천민 출신이었는데 궁녀로 있다가 세종의 눈에 띄어 후궁이 되었습니다.
<소문쇄록>에 나와 있는 홍씨의 오빠 홍유근과 관련된 일화를 보면 세종대왕이 홍씨를 얼마나 아꼈는지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척실 홍씨의 오라비 홍유근이 총애를 얻어, 임금이 입다가 만 옷을 반드시 그에게 내려주었다.
그가 일찍이 겸사복이 되었을 때, 임금이 거동하다가 연輦을 끄는 말이 다리를 저는 것을 보고 까닭을 물으니,
연 끄는 말을 유근이 타고 자리를 저는 말로서 대신 연을 끌게 했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임금이 그 내용을 알고 있는 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만일에 대간이 이 일을 알면 극형을 청할 것이니, 소문내지 말라."
그런 다음 홍유근에게 걸어서 돌아오게 하였다. 그 뒤에 대간이 이를 듣고 홍유근을 베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임금이 놓아주고는 그를 한평생 보지 않았다.
세종대왕은 홍유근의 죄를 덮어주려 했던 것입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사간원에서 홍유근에게 벌을 주라고 강력하게 요청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듣는자, 본 자가 놀라지 않음이 없었는데, 전하께서 특히 오랫동안 시종한 사람이라 하여 법으로 처단하지 않으시고 다만,
그 직임만을 파면하시니 이는 신만이 통분하는 것이 아니오라 일국의 신민들이 모두 실망하고 있습니다.
신 등은 바라옵건대 홍유근의 불경죄를 유사瘐死에 내리시고 국문하여 공명정대하게 처리하여
신민의 바람에 답하시면 강상에 매우 다행이겠나이다.
하지만 세종은 홍유군의 직첩을 회수하라고만 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홍유근이 원하는 곳에 유배시키는 것으로 일단락되었습니다.
그것마저도 얼마 뒤 모친상을 당하자 유배에서 풀어줬다고 합니다.
정사를 볼 때나 다른 여인들에게는 원칙을 중요시하던 세종이지만 척실 홍씨와 관련된 일에서는 예외였던 셈입니다.
이 글은 <조선왕 시크릿 파일>을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출처 옥당북스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6892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