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창업을 희망한다면, 지금 운영하는 매장에 여유 공간이 있다면 숍인숍을 눈여겨보자. 최근 규제도 완화됐다.

숍인숍은 말 그대로 ‘가게 안 가게’라는 뜻이다. 패션 가게 안에 네일숍, 자동차 대리점 안에 커피 전문점처럼 이미 입주한 기존 매장에 다른 점포를 차리는 창업 형태다. 이렇게 점포를 공유하는 숍인숍은 사회적경제 모델인 공유경제가 낳은 새로운 창업 스타일로, 그 형태는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공간 공유다. 기존 입점해 있는 가게 안의 일부 공간을 임대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최근엔 입점해 있는 가게의 영업 외 시간을 이용하는 시간 공유도 점점 늘고 있다. 매장에 전시 공간만 두고 판매를 대행하는 방식도 있고, 한 사업자가 자기 점포의 여유 공간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을 하는 예도 있다. 딱히 규정된 형식과 틀이 없어 독창적 아이디어로 접근할 수 있는 창업 모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숍인숍은 특히 소자본으로 창업하려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이다. 점포 비용도 수수료로 내거나 적은 임대료만 부담하면 되기에 초기 투자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기존 점포를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할 수 있어 홍보비도 절감된다. 이 때문에 창업 경험이 없는 예비 창업자에겐 창업 실험실로도 활용된다.

기존 매장을 운영하는 사업자도 숍인숍은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이다. 여유 공간을 내주는 대가로 임대료나 판매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입점한 새로운 매장을 통해 신규 고객이 유입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숍인숍은 보통 자신이 원하는 매장을 찾아 기존 매장 사업자와 직접 입점하거나 부동산 중개업체, 창업 컨설턴트, 창업지원센터 등의 도움을 받아 창업한다. 최근에는 숍인숍이 창업자들에게 인기 아이템이 되면서 예비 창업자와 매장을 연결해주는 숍인숍 전문 중개업체도 등장했다. 초보자의 경우 중개업체를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숍인숍 창업 시 주의하세요 

최소의 공간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선 꼼꼼히 따져야 할 몇 가지 기본 사항이 있다.

장소

숍인숍은 미니 상점이기 때문에 매장 크기가 클 필요는 없다. 그 대신 1층에 있는 것이 유리하다. 장소는 유동 인구가 많은 빌딩, 편의점, 카페 등이 좋다. 무엇보다 예비 창업자가 해당 지역 주민들의 연령층, 유동 인구, 매장의 매출 등 어느 정도 상권 분석을 하고 접근한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고 훨씬 좋은 조건에 계약을 맺을 수 있다.

계약

임차인과의 계약을 멪을 시 점포주나 건물주로부터 전전세 허가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임차인이 계약 사실을 알리는 것을 불편해하면 반드시 임차인의 임대 기간 안에서 영업 시간, 관리비, 도난 책임 소재 등을 계약서에 꼼꼼히 명시해 갈등의 소지를 미리 방지한다. 일반적으로 기존 매장 임대료의 1/3 선이다. 물건 판매 수수료로 대신하는 경우 숍인숍 입주자는 전체 판매 금액의 10~20%를 기존 매장 사업자에게 지불한다.

업종

아이템은 기존 매장과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숍인숍은 타깃이 비슷한 아이템으로 매출 상승 효과를 노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여러 제품보다는 액세서리나 아이스크림처럼 단품이나 유행 업종을 택하는 것이 좋다. 기존 매장 사업자 역시 숍인숍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판단해야 한다.

운영

소규모에다 개별 홍보가 어려워 매장 방문자들이 자칫 지나치기 쉽다. 매장에 들어온 방문자들의 눈에 띌 수 있도록, 잘 보이는 곳에 상품을 효과적으로 진열하고 배치한다. 또한 한 공간을 나눠 쓰는 일이어서 기존 매장 사업자와의 관계도 원만하게 유지해야 한다.

INTERVIEW 1

시간을 공유하다 

낮엔 식당, 밤엔 호프집

• 입지 도곡동 직장인촌 

• 업종 호프집을 시간 임대해 점심에만 식당 운영   

• 평수 15평 

• 임대료 150만원(총 임대료의 1/3수준) 

• 평균수입 월 450만원 

• 계약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강남 뱅뱅사거리 직장인 밀집 지역에 있는 굼터치킨. 밤에 영업하는 이 호프집은 오전 11시 30분이면 굼터식당으로 변신한다. 캐나다에서 15년간 셰프로 일한 최영균 씨와 요리연구가로 활동해온 김경춘 씨 부부가 창업한 식당이다. 아내 김 씨는 “캐나다에서 숙박 공유 에어비앤비 사업을 했었는데, 한국에서 밤에만 문을 여는 호프집을 보고 낮에 식당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예전부터 해왔다”며 “숍인숍 중개업체인 마이샵온샵을 통해 직장인촌에 식당을 열었다”고 말했다. 영업시간은 11시30분부터 3시, 주말과 공휴일은 쉰다. 

셰프와 요리연구가의 식당답게 맛집으로 소문나면서 점심시간에는 인산인해다. 한국에서 식당을 하면 위험하다며 다들 만류했지만 부부는 자신들이 제일 잘하는 일을 선택했고 메뉴도 돈가스, 비빔밥, 카레 3가지에만 집중하는 전략을 사용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낮 동안의 인기는 밤으로 이어져 호프집의 매출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돈을 목적으로 하기보다 생활비 정도 벌면서 시간을 여유 있게 보내기 위해 시작한 일이다. 김 씨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쉽게 창업이 가능한 것이 숍인숍”이라며 “돈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짧고 굵게 일하며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INTERVIEW 2

한 사람이 두 아이템을 공유하다

편의점과 세탁소의 결합

• 입지 성산동 단독주택가 

• 업종 편의점 내 세탁 편의점 

• 평수 1~2평 남짓 

• 임대료 없음(점포주) 

• 평균수입 월 70만원 

• 계약 편의점 계약 시 세탁 편의점 조건 넣음 

마포구 성산동의 세븐일레븐 마포한사랑길점에 들어서니 모퉁이 쪽에 세탁물이 걸린 옷걸이가 눈에 들어온다. 편의점 내 세탁 편의점이다. 이 조합은 5년 전 오금덕 씨가 편의점 창업을 준비하며 떠올린 아이템이다. 이 일대가 단독주택이 많다는 것을 알고는 24시간 여는 편의점과 세탁 편의점을 합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세탁 편의점 업체의 동의를 얻은 뒤 편의점 업체와의 계약서에 이 조건을 넣었다. 

오 씨는 “홍보를 한 적이 없는데 편의점에 온 사람들이 세탁 편의점을 같이하는 걸 알고서 세탁물을 가져왔다”며 “24시간 아무 때나 세탁물을 맡기고 찾아갈 수 있어 이용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었다”고 말했다. 1~2평 남짓한 자투리 공간에 만든 세탁 편의점의 수입은 한 달에 70만원 정도. 더불어 편의점 매출까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오 씨는 “세탁 편의점을 위해 공간 말고는 투자한 것이 없다”며 “컴퓨터 시스템이 잘 돼 있어서 고객들은 맡기고 찾아가는 것만 표시하면 돼 특별히 힘든 일이 없다”고 숍인숍 매장에 만족했다.

INTERVIEW 3

공간을 공유하다

카페 내 핸드메이드

아티스트 작품 전시

• 입지 연지동 직장인촌 

• 업종 카페 내 매대 설치 

• 평수 매대 

• 임대료 임대료는 판매 수수료

• 평균수입 월 50만원 

• 계약 조건 3개월     

종로구 연지동에 있는 카페 메핏에 들어서면 커피 향과 함께 은은한 향이 주위를 감싼다. 주문 공간을 비롯해 매장 곳곳에 진열된 향초들 덕이다. 카페 한원식 사장은 “수제 향초 아티스트에게 공간을 내줘 판매하는 방식의 숍인숍이다”며 “숍인숍중개업체 앨리스를 통해 시작했는데 향초 작품이 인테리어 효과도 있고 손님들의 반응도 좋다”고 설명했다. 카페의 한쪽 부스를 내주고 판매된 수익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 방식의 숍인숍이다. 

시작한 지 이제 한 달여지만 카페를 찾은 젊은 직장인들에게 반응이 좋아 50만원어치를 팔았다. 상품은 2주에 1번씩 아티스트가 찾아와 진열한다. 한 사장은 “아티스트가 자기 작품을 메핏에서 판매하고 있다고 SNS에 직접 알려줘 우리 카페를 찾아오는 분들도 꽤 있다”며 “의외로 카페 홍보 효과도 뛰어나 카페 매출도 올랐다”고 만족해했다. 그는 숍인숍을 통해 다른 카페와의 차별화를 꾀할 수 있어 새로 지을 2, 3층에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공간을 만들어 멀티숍처럼 운영해볼 계획이다. 

출처 전성기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6499695&memberNo=24108940&searchKeyword=%EC%B0%BD%EC%97%85&searchRank=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