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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수억 연봉 걷어차고 창업 뛰어든 이 남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작성자 : 커리어셀 작성일 : 2018-09-20 조회수 : 622

글로벌 컨설턴트 출신 박재연 닥터키친 대표가 말하는, 

CEO에게 필요한 ‘진짜’ 덕목

 

 

 

 

can’t do, so they advise.(행동하지 못하니, 그들은 조언을 하고 있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이른바 ‘전문가’라 불리는 이들을 비판하며 한 말이다. 여기서 전문가는 자기 주변의 온갖 훈수꾼들을 싸잡은 단어일 텐데 잡스는 구체적인 직군으로 컨설턴트, 애널리스트, 구루 등을 꼽았다. 아! 글쓴이의 직업이기도 한 기자 역시 당연히 포함돼 있다. 

 

실제 대한민국 창업 시장에서도 ‘전문가란 사람들의 훈수는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리는 것’이라는 말이 좀 더 사리에 맞는 훈수처럼 여겨지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훈수꾼 출신의 창업가'가 하는 말이라면? 이론(advise)과 경험(do)을 겸비한 사람의 내공이 뒷받침된 통찰인 만큼 새겨들을 지점이 많을테다. 수억 원대 연봉을 받던 컨설턴트 출신의 4년 차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 박재연(만 42세·사진) 닥터키친 대표의 말에 귀를 기울여도 되는 이유다. 

 

▼ 수억 연봉 걷어차고 창업에 뛰어든 박재연 닥터키친 대표가 말하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영리와 선의를 동시에 추구하는 방법'에 대해 영상으로 감상해보세요. 

 

 

글로벌 컨설턴트 출신 박재연 닥터키친 대표가 말하는, CEO에게 필요한 ‘진짜’ 덕목 | 직업탐색, 자기계발, 동기부여, 기업가정신 

 

 

박 대표가 이끌고 있는 닥터키친은 당뇨 맞춤형 식단을 연구·개발하고, 이와 관련한 유·무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셰프·의사 등 외부 전문가와 영양사·식품 연구원 출신의 내부 인력이 함께 당뇨인을 위한 간편식 메뉴 400여 개를 개발,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이 밖에 ‘당뇨 환자에게 맛있게 먹을 권리를 되돌려주자’는 모토 아래 당뇨 환자를 위한 시민 강좌 등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고, 최근엔 자신들이 개발한 레시피를 묶어 <맛있는 당뇨 밥상>이라는 책을 출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억대 연봉에서 1/10 토막... player로서의 목마름이 창업 원동력

 

 

“당뇨 환자는 식재료 사용부터 제한이 걸려 ‘무조건 맛없는 음식을 먹을 수밖에 없다’는 편견이 있는데요. 사실은 건강한 식재료를 활용해 더 맛있게 만들려는 노력을 아무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식이요법이 투박하고 빈약하게 돼 있는 것이거든요. 저희는 전세계 식재료를 쭉 펼쳐놓고, 뉴트리션(영양)의 균형을 잡아가면서도 인간이 좋아하는 식감이나 맛을 뽑아내는 식단 개발을 계속 해오고 있습니다.”  

 

 

닥터키친이 7월 둘째 주 식단으로 선정한 간편식 메뉴의 일부. 일반인이 즐겨먹는 음식이면서도 당질을 획기적으로 낮춰 당뇨 환자가 안심하게 먹을 수 있는 식단을 구성했다. (사진=닥터키친 홈페이지)

 

박 대표는 지금으로부터 꼭 3년 전인 2015년 7월 닥터키친을 설립했다. 창업 1년째인 2016년 14억 원의 시리즈A 투자를 이끌어낸 데 이어 지난해엔 23억 원의 시리즈B 투자를 연이어 유치하는 등 회사를 대한민국 헬스케어 산업 분야의 떠오르는 강자로 성장시켰다. 

  

“현재는 당뇨 질환과 관련한 서비스를 좀 더 정교하고 완결성 있게 가다듬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향후 목표는 대사 증후군이나 만성질환에 해당하는 고혈압·고지혈증, 암이나 심장 질환을 앓고 계신 분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창업 후 성과 못지않게 화려한 게 박 대표의 창업 전 이력이다. 박 대표는 국내 최상위권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고, 졸업과 동시에 세계 3대 컨설팅 회사 가운데 하나인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7년간 근무했다. 이후엔 모 대기업의 전략본부 경영혁신팀장을 거쳐 글로벌 사모펀드(PEF)의 디렉터로 활동하며 PEF가 투자한 회사의 경영 담당 임원을 맡았다. 사회생활 대부분을 비즈니스 세계의 핵심인 ‘전략’ 파트에서 보낸 셈이다. 한때 많게는 수억 원의 연봉을 손에 쥐던 그가 1/10의 급여를 감수하고, 창업에 직접 뛰어든 이유가 뭘까. 

 

“어렸을 때부터 ‘전략가’라는 말이 멋있게 보였어요. 삼국지로 따지면 제갈공명 같은 역할이죠. 직업적으로 볼 땐 컨설턴트가 가장 유사해 베인앤드컴퍼니를 들어갔죠. 이후에도 다양한 회사 경험을 했는데, 여전히 코치 혹은 감독, 해설가의 입장을 벗어날 수 없더라고요. 직접 게임을 뛰는 플레이어로서의 목마름이 강해 쌍둥이 아들이 태어나던 해 창업을 하게 됐죠.” 

  

글 서두에 언급한 잡스의 말을 다시 빌려와 보자. 그러니까 박 대표는 ‘can’t do, so they advise’라는 전문가의 한계에서 벗어나 ‘do’, 그러니까 직접 실행을 하기 위해 창업가가 됐다. 이 지위의 탈바꿈이 있던 지난 3년간, 박 대표는 전문가 시절엔 이해하지 못했던 감정과 경영의 메커니즘을 새롭게 배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adviser → player, 사업가로서의 감정과 경영 메커니즘 깨닫다



“제 주변에도 똑똑한 소리 하는 사람 많죠. 그런데 축구로 치면 이런 거예요. 막 달려가서 공을 뺏으면 되는 걸 아는데, 체력이 달린다고 쳐요. 그럼 체력강화훈련을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면 되는데, ‘빨리 뛰어서 공을 빼앗아’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것이죠. 얄밉잖아요. 차라리 이럴 땐 ‘힘내라’라고 하거나 쉬는 시간에 물 한잔 주는 사람이 고마운 것 같아요. 이 감정을 사업가가 돼보니 알겠더라고요.” 

  

박 대표가 실제 행동을 하는 창업가로서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또 다른 경영 메커니즘은 그가 그토록 빠져들었던 ‘전략’이란 단어가 사실 기업 초반엔 그렇게 중요하지 않더라는 사실이다. 

  

“특히 스타트업의 초기 국면, 생존 스테이지에서 전략이 갖는 힘은 약한 것 같아요. 전략보다 중요한 건 해내는 실행력, 맨땅에 헤딩 정신, 버티는 힘…이런 것들이죠. 기업의 본원적 경영 능력, 즉 전략의 힘은 앞선 것들이 전제된 이후에야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이른바 ‘훈수꾼 출신의 창업가’를 만난 만큼 이와 관련한 질문을 연거푸 던졌다. 듣는 사람 입장에선 뜨끔할 수 있겠다 싶은 질문인데, 바로 이것이었다. ‘자기가 잘 모르는 분야에 뛰어들면 안 된다는 건 경영학의 불문율인데, 자기 커리어와는 큰 상관이 없는 당뇨 관련 사업을 하게 된 이유가 뭔가요?’

  

“저는 사실 반골 기질이 강한데, ‘당뇨 음식은 왜 맛이 없어야 해?’라는 의문에 아무도 제대로 설명을 못하더라고요. 답을 못 찾거나 찾을 의지가 없어서일 텐데, ‘맛과 건강이 양립하는 건 진짜 안 되는 건가’라는 의문을 사업적으로 풀어보고 싶었죠. 당뇨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하는 건 당연해요. 그래서 사실 창업 1년 차엔 당뇨와 관련한 국내·외 전문서적을 수 백편 읽어봤던 것 같아요. 컨설턴트 시절에도 클라이언트들의 사업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밤샘 공부를 많이 했는데, 이런 경험들이 도움이 되기도 했고요.” 

  

다만 기업이라는 조직체를 총괄하는 CEO로서 더 중요한 건 관련 분야의 전문성 그 자체보다 각각의 전문성을 가진 인재들을 조율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이라는 걸 안 것도 지난 3년간 닥터키친을 이끌며 얻은 귀중한 소득이다. 

  

“꼭 자기가 잘 아는 분야가 아니더라도 각각의 능력치를 갖고 있는 사람을 잘 조율할 능력이 있다면 훌륭한 CEO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조율을 위해서 필요한 게 공감 능력인데 예컨대 회의를 할 때 일부러 져주기도 하고, 하소연을 들어주기도 하는 것이죠. 결국 이를 통해 저 사람을 내가 맞다고 여기는 쪽으로 움직이게 하면 되는 거니까. 이런 능력들이 지위가 높아질수록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닥터키친은 세끼 밥상에 올라갈 메뉴 외에도 당뇨인들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간식 등도 개발, 판매하고 있다. (사진= 홈페이지)

 

 

 

영리와 선의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목표



앞서 언급한 대로 박 대표는 사회생활 모두를 대한민국 비즈니스 세계의 한복판에서 보냈다. 박 대표만큼 이 바닥의 생리를, 사업 성공을 위한 게임의 법칙을 잘 이해하는 사람도 드물 테다. 그런 그에게 던진 마지막 질문은 ‘어떤 사업가가 되고 싶은가’였다. 

  

“제가 지금껏 경험해보니 본받고 싶고, 잘 됐으면 하고 응원하는 사람 중에 진짜 리더가 된 사람은 많지 않더라고요. 사람을 아끼거나 회사에 애착을 가지고 있는 분보다 그렇지 않은 분들이 성공한 경우가 좀 더 많은 것 같아요. 기업은 당연히 영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돈을 잘 버는 게 지상과제인 것은 맞지만, 이를 펼침에 있어 좀 더 추가적인 노력이나 수고를 통해 가치있고 의미있는 것을 끌어내는 건 불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이 있어요. 영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목표 아래에서도 좀 더 ‘선의’를 가지고 기업을 운영하고픈 생각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잘’ 하고 싶어요.” 

 

‘잘’이라는 1음절짜리 부사 안에 숨겨진 그의 굳은 의지를 되새겨본다. 영리, 그러니까 돈만 잘 벌면 되는 사업과 돈과 가치, 의미를 함께 담보하려는 사업은 성공이라는 도착점까지 넘어야 할 장벽의 질과 양 모두가 다르다. 그 벽을 깨부수는 데 필요한 힘, 박 대표의 말을 빌리면 실행력, 맨땅에 헤딩 정신, 버티는 힘 등이 훨씬 강해야 한다. 그 험난한 길을 박 대표가 무사히 헤쳐나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제 우리 대한민국도 ‘리더 다운 리더’, 박 대표의 말을 다시 빌리면 ‘본 받고 싶고 잘 됐으면 하고 응원하는 사람’이 진짜 리더로 존중받아야 할 때이니 말이다.

 

 

출처 아홉시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6275205&memberNo=30786399&searchKeyword=%EC%B0%BD%EC%97%85&searchRank=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