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셀 매거진

매일매일 한 발자국씩 다가가는 나의 미래를 계획해 보세요.

[비즈니스] '자라나라 머리머리' 국내 탈모 비즈니스의 세계

작성자 : 커리어셀 작성일 : 2018-09-20 조회수 : 1,194

30대가 되니까 제일 먼저 걱정되더라고요. 탈모가….

 

어느 날 회사 옆자리에 앉은 동료(30대, 남성, 아직 머리숱 많음)가 말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탈모는 가장 벗어나고 싶은, 가장 함께 하기 싫은 질환 중 하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라나라 머리머리’라는 유행어 역시 그 증거다. 대표적 미남(?) 탈모 연예인 김광규 씨의 사진과 함께 적힌 경고문(?)에 사람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자라나라 머리머리’라는 댓글을 달고 만다. 유머 저변에 깔린 공포에 많은 이들이 반응한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탈모 예방, 완치 약을 개발한 사람은 노벨평화상을 받을 것”이라는 (꽤나 그럴듯한) 우스갯소리까지 나올까.

국내 탈모 시장, 얼마나 클까

대한탈모치료학회에 따르면 국내 탈모 인구는 잠재적 질환자를 포함해 약 1000만 명에 달한다. 한국인 5명 중 1명이 탈모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2~2016 사이 탈모증으로 병원에 방문한 환자는 매년 20만 명을 넘으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진료비 지출도 2012년 272억 원에서 2016년 355억 원으로 증가했다. 5년 새 30.6%가량 늘어난 수치다.

탈모 관리 제품 등을 포함한 탈모 관련 시장 규모 역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16년 이미 4조 원 규모 대형 시장으로 급성장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2004년에 비해 10배 커진 규모다.

샴푸, 약품, 가발 등 산업 현황

(리엔과 려의 탈모 증상 완화 샴푸)

탈모 질환 초기, 가장 먼저 관심을 갖는 건 탈모 완화·방지를 위한 샴푸 등 헤어케어 제품이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은 지난해 전체 샴푸 시장(약 507억 원 규모) 가운데 탈모 샴푸의 비중이 150억 원 정도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6년 5월 개정된 화장품 법에 따라 탈모 샴푸가 의약외품이 아닌 ‘기능성 화장품’으로 분류되어 유통망이 확대된 영향도 크다. 시장조사기관 칸타월드패널에 따르면 지난해 헤어케어 브랜드 점유율은 LG생활건강 리엔(10.2%), 아모레퍼시픽 려 (9.7%), 애경산업 케라시스(9.1%) 순이다. 탈모닷컴 등 중소기업의 약진도 눈에 띈다. 올리브영, 왓슨스 등의 국내 드럭스토어에서도 탈모 샴푸 매출은 증가하고 있다. 독일 1위 브랜드 알페신은 올리브영 입점 7개월 만에 매출이 4배 이상 뛰며 인기를 끌었다.

탈모 치료제 분야에서는 2000년부터 17년째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프로페시아가 가장 대표적이다. 2016년 기준 국내 매출 350억 원으로 전체 시장(526억 원)의 60%를 차지한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존재감이 가장 큰 제품이다. (다만 우울증, 성욕 감퇴 등 부작용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08년 특허가 만료된 이후 비슷한 효과의 복제약도 많이 출시되고 있다.

(한때 MBC '나 혼자 산다'에서 가발을 쓴 김광규의 사진이 공개돼 화제가 된 바 있다. 오른쪽 이미지는 김광규의 최근 사진에 가발 이미지를 합성한 것)

출처 : 해당 프로그램 캡처

가발 시장의 성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가발 업계 1위 하이모는 2016년 매출 762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692억 원) 대비 10% 성장했다. 영업이익(78억 원)은 무려 160% 늘었다. 이 같은 하이모의 성장은 2030 젊은 탈모 인구의 증가와도 맞물린다. 지난해 닐슨코리아가 25~45세 한국인 남성 8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47%가 “탈모로 고통받는다”고 답했다. 탈모 때문에 취업이나 연애, 결혼에 악영향을 받는다고 토로하는 이들도 많다. 이를 입증하듯 실제로 하이모의 고객 가운데 24%는 청년층이다. 

(왼쪽부터 하이모 모델로 활동했던 이덕화, 류재도, 박정수)

출처 : 하이모 홈페이지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한 전략도 제대로 작용했다. 하이모는 국내 61개 매장 중 11개를 여성 전용의 하이모레이디로 오픈, 가발매장을 방문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여성 고객을 끌어모았다. 그 결과 2016년 전년 대비 76%의 매출 상승을 일궈낼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청년, 여성 고객을 공략하기 위해 배우 이덕화 외에 류재도, 박정수 등을 모델로 기용하기도 했다. “과거 가발은 중장년 이상이 주로 찾았으며, 숨기고 싶은 부분이었지만 이제는 젊은 층도 많이 찾고 패션 기능도 부각돼 앞으로 수요가 더 늘 것”이라고 내다본 업계 관계자의 말이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그런가하면 최후의 수단으로 두피 문신에 나서는 사람들도 있다. 정확한 명칭은 두피색소요법(SMP·scalp micro pigmentation)으로 미국·영국 등에서 먼저 유행하기 시작했다. 모발이 없는 두피 부분에 의료용 잉크를 이용해 점을 찍는 방식으로 탈모 전문 피부과나 성형외과, 타투숍 등에서 시술한다. 꾸준한 관리와 오랜 인내가 필요한 기존의 치료법과 달리 즉각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다는 이유로 일부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니즈는 크다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에서는 2억 명이 넘는 탈모 질환자가 있다. 지난해 코트라는 중국 건강증진 및 교육 협회 ‘탈모인구 조사’를 인용, 중국 탈모인구가 2억5000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체 중국 인구의 10.8% 수준이다. 탈모인구 증가율이 매년 15%가량인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중국의 발모 제품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임은 부정할 수 없다.

실제 2016년 기준 중국 탈모 방지 용품 시장 규모는 약 400억 위안으로 2008년(140억 위안)에 비해 크게 성장했다. 이 중 탈모방지 샴푸 시장을 특히 주목할 만하다. 한국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중국의 샴푸 수입 규모는 15억 5055만 달러로 전년 대비 20.9% 증가했으며, 주요 수입국 1위가 바로 한국이다.

 

 

인터비즈 황지혜 
inter-biz@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