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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공동 2위만 5명’…대혼전이라 더 빛난 정슬기의 첫 우승

작성자 : 커리어셀 작성일 : 2018-09-11 조회수 : 488

SBS 골프 아나운서 임한섭의 KLPGA 칼럼 : ‘공동 2위만 5명’…대혼전이라 더 빛난 정슬기의 첫 우승

지난 40년간 KLPGA 투어에서 공동 2위가 가장 많았던 대회는 2001년 엠씨스퀘어컵 여자골프(이선화 우승)와 2010년 대우증권 클래식(이보미 우승)이었다. 두 대회에서는 무려 5명의 준우승 선수가 나왔다. 그리고 2018년 9월 9일,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8년 만에 또다시 5명의 준우승자가 배출됐다. 예전에 과거시험을 보던 마당에 선비들이 질서 없이 들끓어 뒤죽박죽이 된 모양을 난장(亂場)이라고 했는데, 지난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은 난장을 넘어 난투극(亂鬪劇)을 방불케했다. 최종 우승자는 투어 3년째를 맞은 무명의 정슬기였고, 살얼음판 속 1타차의 짜릿한 우승이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생애 첫 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정슬기. (사진=KLPGA 공식 블로그 캡쳐)

최종 라운드의 혼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선두와 3타차 내에서 우승을 노린 선수만 무려 8명. 김지영2가 이틀 연속 선두를 지켰지만, 2라운드 마지막 홀을 보기로 마쳐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2위 김소이는 첫 우승 도전의 중압감이 커보였다. 사실 선수보다 캐디인 아버지가 더 예민해 보였다. 게다가 시즌 1승의 조정민과 배선우를 포함해 우승 경험이 있는 조윤지, 이정민도 공동 4위에 올라있었다. 저마다의 부담이 크기에, 선두권 중에서는 사실 배선우의 우승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2주 전에 우승했고, 지난주에도 마지막 날 몰아치기로 준우승을 했던 터라 심적 부담이 가장 적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승에 대한 중압감보다 큰 변수는, 어려워진 핀 위치와 달라진 그린 컨디션이었다.

대회가 치러진 써닝포인트 컨트리클럽(파72·6,056미터)은 지난 2년간 매년 1천개 이상의 버디가 쏟아져 나온 코스다. 올해도 첫 이틀 동안 하루 300개 이상의 버디가 기록되며 선두권 경쟁이 무척 치열했다. 그러나 최종 라운드는 경기 초반부터 1, 2라운드와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화려한 버디 쇼와 함께 타수를 줄여가는 경쟁이 아니라, 누가 타수를 적게 잃는가의 경쟁처럼 보였다. 매홀 그린의 가장자리에, 그것도 앞이나 뒤에 마운드를 두고 숨어있는 핀은 난공불락의 요새 같았다. 롤링작업으로 잔디가 바짝 눌려 만들어진 3.5미터의 그린 빠르기(첫 이틀은 3.15미터)도 한몫을 했다. 중장거리보다 1-2미터 내외의 쇼트 퍼트가 선수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2라운드까지 선두자리를 지켰지만, 최종 3라운드에서 또다시 우승을 상대에게 내줬준 김지영2. (사진=KLPGA 공식 블로그 캡쳐)

최종 라운드를 선두로 출발한 김지영2은 전반 홀에서 보기만 2개를 기록했다. 티잉 그라운드부터 그린까지 모두가 불안했다. 2위였던 김소이도 보기 3개와 버디 1개로 2타를 잃었다. 타수를 잃기는 배선우도 마찬가지였다. 이틀 연속 4언더파를 기록하던 상승세는 온데간데 없었다. 2번 홀에서 버디를 기록해 기선제압을 들어가는 듯 했으나 이후 보기만 2개를 기록하며 답답한 경기 흐름을 이어갔다. 조정민과 하민송이 버디와 보기를 주고받으면서도 1타를 줄인 것이 고작이었다.

정슬기 역시 전반 홀에서 1타를 줄였다. 그러나 같은 1타가 아니었다. 보기 없이 버디만 1개. 선두권의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면 대단히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었다. 후반 첫 홀인 10번 홀에서는 해저드 쪽에 치우쳐있는 핀의 1미터 거리에 붙이고 두 번째 버디를 기록했다. 12번과 14번 홀에서도 버디. 14개 홀 동안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때까지도 우승을 이야기하기는 일러보였다. 하민송이 1타차, 조정민이 2타차로 따라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승확정 후 밝은 표정을 지어보이는 정슬기. (사진=KLPGA 공식 블로그 캡쳐)

정슬기와의 우승경쟁에서 먼저 떨어져나간 것은 조정민이었다. 13번 홀(파4)에서 티샷이 낮은 탄도로 왼쪽으로 감기며 위험지역으로 들어갔다. 페어웨이 좌측 벙커 턱에서 조정민은 구제를 받았다. 이번 대회는 로컬룰에 의해 13번 홀 벙커의 목책(스루더그린 쪽으로 나와있는)에서는 벌 없이 구제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제 후의 세컨샷이 긴 풀에 잡히며 바로 앞에 있는 바위틈으로 들어갔고, 다행히 바위틈 잡초 위에 있던 볼을 레이업해야 했다. 네 번째 샷은 그린을 넘었고, 어프로치 후 더블보기로 무너지며 우승경쟁에서 멀어졌다. 돌이켜볼 때, 구제를 받지 못했다면 세컨샷에 레이업을 시도했을 것이고 더블보기의 악몽을 겪지 않았을 수도 있다. 역시 행운과 불운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우연찮게 하민송 역시 행운과 불운이 교차했다. 16번 홀(파3)에서의 티샷이 그린 좌측 해저드까지 갔지만 볼을 플레이할 수 있는 상태였다. 방송용 카메라 타워에 비구선이 방해를 받아 구제를 요청했고, 벌타 없이 구제를 받았지만 드롭 후의 라이(lie)가 좋지 못했다. 어프로치는 핀을 훌쩍 지나갔고, 이후 더블보기로 무너졌다.

그렇게 경쟁자들이 하나 둘씩 멀어져 가며 생애 첫 우승의 분위기가 감돌 때쯤, 정슬기도 흔들렸다. 16번, 17번 홀에서 두 홀 연속 쓰리 퍼트가 나오며 보기를 기록한 것이다. 선두권의 수많은 선수들이 경기 초반에 범하던 쇼트 퍼트 실수가 뒤늦게 나오며 1타차 선두로 마지막 홀을 맞았다. 그러나 더 이상의 실수는 없었고, 더 이상의 추격도 없었다. 챔피언 조의 김지영2가 마지막 홀에서 버디에 실패하며 연장전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정슬기가 1타차의 우승을 확정 지었다. 정규투어 데뷔 3년, 통산 77번째 대회만의 첫 우승이었다.



정슬기의 우승이 화려한 건, 아이러니컬하게도 화려한 준우승자들 때문이기도 하다. 김자영2, 배선우, 이정민, 하민송, 김지영2까지. 인원수로도 역대 최다이지만, 모두가 만만치 않은 적수들이었고 실제로도 정슬기의 턱밑까지 따라왔던 선수들이기도 하다. 최종 라운드가 난장(亂場)이었다면, 그들은 모두 급제가 유력한 선비들이었으리라. 그리고 그 틈바구니에서 이뤄낸 만큼 정슬기의 우승은 빛났다.

 

 

PGA BMW 챔피언십

미국의 키건 브래들리(32)가 미국 필라델피아 아로니민크 G.C(파70·7,267야드)에서 열린 BMW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4승을 모두 역전승으로 엮어낸 키건 브래들리. (사진=PGA 공식 페이스북 캡쳐)

공동 6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브래들리는 1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으며 출발했다. 4번 홀(파4)에서 보기를 범하기도 했지만, 이후 버디 4개를 추가하며 전반 홀을 4언더파로 마쳤다.

후반 홀도 양상은 다르지 않았다. 14번 홀(파3) 첫 버디를 시작으로 16~17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았고, 18번 홀(파4)에서 보기를 범했다. 단독 선두인 저스틴 로즈(38·남아공)가 최종 홀에서 파를 기록하면, 그대로 경기는 끝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신은 브래들리의 편이었다. 로즈는 4.3미터의 파 퍼트 찬스에서 보기를 범했고 두 선수 모두 나란히 20언더파 260타를 기록하며 승부는 연장으로 향했다.

연장은 첫 홀에서 우승자가 가려졌다. 브래들리는 이번에는 보기를 범하지 않고 파 세이브에 성공한 반면, 로즈는 또다시 보기를 범하며 아쉬움의 눈물을 삼켜야만 했다.

브래들리는 이번 우승으로 PGA 통산 4번째 트로피를 챙겼다. 놀랍게도 4번의 승리 모두 역전승이라는 진기록을 남겼고, 로즈는 이번 대회에서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세계랭킹 1위로 도약할 수 있었다.



한 편, '돌아온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3·미국)는 최종 라운드에서만 5타를 줄이며 17언더파 263타 공동 6위로 대회를 마쳤고, 페덱스컵 랭킹 20위로 5년 만에 투어 챔피언십에 출전할 수 있게 되었다. 같은 대회에 출전한 안병훈(27·CJ대한통운)과 김시우(23·CJ대한통운)는 각 각 공동 29위와 공동 41위에 이름을 올렸다.

<승부의 순간>

두 선수 모두 아쉬웠을 정규 18번 홀이 결정적이었다.

단독 2위 브래들리는 최종 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1타 뒤져있었다. 저스틴 로즈가 파만 기록해도 경기는 로즈의 우승으로 종료되는 상황.

그러나 로즈는 4.3미터 거리의 파 퍼트를 놓치며 결국 보기를 범했고, 승부는 기적적으로 연장으로 향했다.  연장에 돌입해서는 브래들리가 파를, 로즈가 보기를 기록하며 희비가 엇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