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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다저스를 깨운 류현진의 한 방

작성자 : 커리어셀 작성일 : 2018-09-11 조회수 : 473

5와⅔이닝을 2실점으로 막으며 결정적인 안타 등 2안타로 투타에서 활약하며 시즌 4승 달성

로비 얼린(27)은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딛고 올해 재기해 최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왼손 투수입니다.

183cm로 투수치고는 작은 키에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이 145km를 겨우 넘을 정도의 전형적인 기교파입니다. 다양한 구종과 함께 정교한 제구력으로 소위 ‘싸울 줄 아는’ 투수입니다. 27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전 선발로 나서기 전까지 올 시즌 80과⅔이닝을 던지며 피안타는 74개로 이닝수보다 적었고, 볼넷은 단 8개밖에 내주지 않는 정교한 피칭으로 WHIP가 1.02로 뛰어났습니다. 주자를 잘 내보내지 않으니 평균자책점도 3.46으로 준수합니다.

시즌 4승째를 거둔 류현진은 타석에서 더 몬스터 같은 활약을 펼친 경기였습니다. @LAD

이날 다저스전에서도 얼린은 잘 던졌습니다.

4회까지 단 3안타만 내줬습니다. 2회말 선두 4번 켐프에게 2루타를 맞았고 1사 후 테일러 타석에서 실책까지 나와 1,3루 위기도 맞았지만 푸이그와 반스를 연속 삼진으로 잡았습니다. 3회말에는 선두 타자 류현진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후속 세 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했고, 4회말 1사 후에 키케 에르난데스에게 안타를 맞고는 테일러를 곧바로 병살타로 처리했습니다.

지난 4월 17일 얼린의 시즌 첫 선발 경기에서 3이닝 만에 7안타로 6득점(5자책)했던 다저스 타선이 그를 얕본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기교파 투수에게는 초반에 말리기 시작하면 좀처럼 공략이 힘들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마도 어제 대만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 타선이 그랬던 것처럼.(물론 상대 투수들의 수준이 비교가 안 되기는 합니다만.)

다저스 타선은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사용하며 좋은 제구력과 다양한 구종으로 승부하는 얼린에게 허둥대며 끌려갔습니다. 류현진이 첫 안타를 칠 때 7구까지 승부를 펼친 것이 2회 안타를 친 켐프와 함께 가장 긴 승부를 펼친 장면일 정도였습니다.

0-2로 뒤진 5회말도 시작은 같았습니다.

선두 7번 푸이그는 내야에 뜬공으로 포수에 잡혔고, 8번 반스는 공 3개 만에 삼진으로 물러났습니다. 그리고 류현진의 타석. 예측불허 로버츠 감독이 혹시 대타를 쓰지 않을까 잠시 우려했지만 주자가 없는 가운데 류현진은 그대로 타석에 섰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긴 승부로 가지 않았습니다. 류현진은 초구 147km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약간 높게 걸리자 지체 없이 방망이를 밀었습니다. 우중간에 떨어지는 안타.

분명히 자존심이 상할 법한 투아웃 이후에 터진 상대 투수의, 그것도 경기 2번째 안타와 함께 파드리스 선발 얼린은 급격히 흔들렸고, 마치 그 안타가 웨이크업콜이 된듯 잠자던 다저스 타선은 급격히 깨어났습니다.

1번 도지어가 볼넷을 고르며 주자 1,2루로 기회가 이어지자 전날에도 연장전 행운의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던 ‘터너 타임’이 이어졌습니다. 볼카운트 1-2로 몰린 상황에서도 저스틴  터너는 K존 위로 날아든 4구째 148km 패스트볼을 맘껏 잡아당겼고 좌측 선상으로 날카로운 타구가 날아갔습니다. 2루에 있던 류현진이 여유 있게 득점했을 뿐 아니라, 1사 후에 빠른 스타트를 끊은 1루 주자 도지어까지 홈으로 쇄도하며 경기는 순식간에 2-2 동점이 됐습니다. 터너의 시즌 17호 2루타.

그리고 3번 마차도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가운데 몰린 패스트볼을 때려 좌측 담장을 넘기는 라인드라이브 홈런을 뽑았습니다. 이적생 마차도의 시즌 31호 홈런으로 다저스는 4-2로 기어이 경기를 뒤집었습니다.

후속 켐프와 에르난데스도 연속 안타를 치자 결국 얼린은 거기까지였습니다. 5회 투아웃까지는 단 3안타로 다저스를 묶었지만, 류현진에게 안타를 맞은 후 4안타를 더 맞고 4점을 허용하고 결국 강판됐습니다.

‘타자 류현진’은 이렇게 맹활약하며 타선을 이끈 반면에 ‘투수 류현진’은 조금 힘든 경기, 아니 극과 극의 경기를 던졌습니다.

5와⅔이닝을 던지면서 볼넷은 1개뿐이었고 삼진을 8개나 잡았지만 안타를 11개나 맞았습니다. 결과적으로 2실점으로 막았다는 것은 연타나 적시타, 그리고 4사구를 좀처럼 허용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1회초는 K-K-K로 시작했습니다.

1사 후에 마이어스의 잘 맞은 타구를 중견수 테일러가 낙구지점 포착 미스로 2루타를 내줬지만, 1번 갈비스-3번 렌프로-4번 호스머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습니다.

2회초는 흔들렸습니다. 선두 타자 5번 프란밀 레이에스에게 초구 142km의 속구가 높게 밀려들어가며 130m짜리 대형 홈런을 얻어맞았습니다. 이날 첫 번째 실투.

전날 커쇼에게도 홈런을 쳤던 레이에스는 196cm에 123kg의 거구로 엄청난 파워를 과시했습니다. 이어 6번 헤지스에게 빗맞은 안타를 맞았지만 류현진은 땅볼-K-K로 추가 피해를 막았습니다.

터너가 5타점을 올리는 활약 속에 다저스는 샌디에이고 3연전을 싹쓸이했습니다. @LAD

이날 다저스 외야 수비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3회초 1사 후 마이어스가 우측에 2루타성 타구를 날렸는데, 우익수 푸이그가 이 공을 잡다가 흘렸습니다. 2루에서 멈추려던 마이어스는 다시 시동을 걸고 3루까지 들어갔습니다. 당연히 2루타에 실책을 줄 것으로 보였는데 기록은 3루타.

물론 곧이어 렌프로에게 날카로운 좌전 적시타를 맞고 2점째를 내줬으니 류현진이 크게 할 말은 없습니다만, 결과론적으로 만약 주자 2루였으면 그런 전진수비나 시프트를 사용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류현진은 이날 MLB에서 가장 삼진을 많이 당하는 성급한 파드리스 타선을 맞아 느린 커브와 커터, 체인지업 등을 적절히 섞어 던지면서 삼진을 많아 잡았습니다.

3회 2점째를 내준 후에도 4번 호스머와 5번 레이에스를 연속 삼진을 잡고 추가 실점을 주지 않았습니다. 홈런을 맞았던 레이에스에게는 초구 커브 스트라이크로 시작해, 마지막 결정구 역시 커브 파울팁으로 삼진을 잡았습니다.

가장 큰 위기는 사실 5회.

선두 갈비스에게 유격수 깊은 내야 안타를 맞은 후 투아웃을 잡았지만 호스머의 중견수 쪽 크게 튄 공이 전력을 다한 유격수 마차도 글러브에 스치며 안타가 됐고, 레이에스를 거의 고의성으로 이날 유일한 볼넷을 내줘 2사 만루에 몰렸습니다. 그러나 헤지스를 140km 커터로 중견수 플라이를 잡으며 이닝을 마무리했습니다.

당초 예상보다 이틀이나 빨리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6회초 2사 후에 대타 잰코스키와 1번 갈비스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교체됐습니다.

아쉬운 퀄리티 스타트 실패였지만, 구원 투수 바에스가 후속 타자를 처리하며 승리 요건을 갖췄고, 터너가 3타점을 추가하며 홀로 5타점을 올리는 활약으로 다저스가 7-2로 승리하면서 시즌 개인 4승째를 거뒀습니다. 평균자책점은 2.38이 됐습니다.

투구수는 86개에 스트라이크가 64개로 비율이 74%가 넘었습니다. MLB 평균보다 거의 10%가 높았고, 2회에는 14개 던진 공이 모두 스트라이크였을 정도. 이날 마이너에서 올라온 애디톤 구심이 오른손 타자 바깥쪽 존 판정이 약간 들쭉날쭉했는데 그로 인해 류현진의 공이 가끔 약간 몰리는 느낌도 주었습니다. 커터가 살짝 살짝 아쉬운 볼 판정이 나오면서 약간 힘들었습니다. 역설적으로 너무 많은 공이 존으로 들어가며 11개의 많은 안타를 허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위기관리를 잘하면서 실점을 최소화했고, 공격에서 불꽃을 일으키는 활약으로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4승째를 거둔 류현진은 9월 2일 홈에서 열리는 애리조나전에 등판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기사는 minkiza.com, ESPN.com, MLB.com, baseballreference.com, fangraphs baseball 등을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