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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음악으로 영원히 기억될… 네빌 마리너 경을 기리며: 손열음의 <아마데우스>

작성자 : 커리어셀 작성일 : 2018-09-20 조회수 : 559

글 | 크레디아



손열음. (c) Taeuk Kang

아주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모차르트를 가장 좋아했어요. 
모차르트 음악은 항상 이중적이고 다면적이고 한번에 여러가지 의미를 내포합니다. 아무리 짧은 모차르트의 음악도 오페라 같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도 ‘천의무봉’같은 완벽한 모차르트의 매무새, 그 자체의 미학이 너무 탁월하죠.

- 피아니스트 손열음




손열음의 [아마데우스] Yeol Eum Son [Amadeus]

독일 하노버에 있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방에는 모차르트 사진이 걸려있다.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로 줄곧 모차르트를 꼽아온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모차르트 곡을 연주하는 것을 즐겼다. 대중이 모차르트에 대한 그녀의 사랑을 확인했던 때는 2011년 제14회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그녀는 콩쿠르의 최종 단계에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을 연주하며 준우승과 함께 ‘모차르트 협주곡 최고 연주자상’을 거머쥐게 되었다. 당시 콩쿨 영상은 조회수 1천만 이상(클래식음악 부문 전체 2위)을 기록하며 전세계를 통틀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연주 영상 중 최고의 동영상으로 손꼽힌다. 이를 계기로 손열음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해석 능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된다.


손열음이 가장 사랑하는 음악가 모차르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아마데우스>를 외우다시피 하는 그녀에게 뜻하지 않은 기회가 찾아온다. 영화 <아마데우스>의 사운드트랙을 연주하며 모차르트 곡을 “가장 잘” 표현해내는 오케스트라라는 평을 받는 영국의 오케스트라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마틴 인 더 필즈’가 2016년 내한한 것이다. 그리고 세인트마틴 인 더 필즈의 지휘자이자 음악감독인 네빌 마리너 경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의 협연 주자로 손열음을 택했다. 연주 후 네빌 마리너 경은 손열음 연주의 탁월한 깊이와 해석에 감탄하며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전곡 녹음을 제안한다.




네빌 마리너 경과 손열음.

하지만 이 음반이 전설적인 지휘자의 마지막 레코딩이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작년 6월, 첫 번째 곡 녹음을 마친 후 네빌 마리너 경의 타계 소식을 듣게 된 손열음은 고민 끝에 그를 추모하는 피아노 솔로 2곡을 추가 녹음하며 이 음반을 ‘아름다운 미완’ 그대로 출시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손열음은 네빌 마리너 경의 2주기에 맞춰 음반 발매와 추모 콘서트를 기획한다. 

10월 7일(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선보이는 손열음의 <아마데우스>는 네빌 마리너라는 대가를 위한 후배들의 헌정과 다름 없다. 이번 공연은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는 ‘클래식 음악’의 가치, 평생을 음악에 몰두했던 ‘예술가’의 헌신, 그리고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손열음의 ’도전’이 어우러진 의미 있는 공연이 될 것이다. 





손열음과의 인터뷰

Q. 이번 모차르트 레코딩 분위기는 어땠는지 ?
모차르트는 마리너의 생존 주요 레퍼토리였죠. 아마데우스도 그렇고 그 분의 시그니처가 모차르트였습니다. 네빌 마리너의 해석의 특징은 아주 가뿐하고 사뿐하고 쉽게 쉽게 앞으로 나간다는 기분을 줍니다.  제가 생각하는 모차르트는 발이 땅에 닿은 느낌이 아니라 땅에 떠 있는 느낌이라고 생각하는데 네빌 마리너가 항상 그렇게 구현했다고 생각해요.
  
레코딩을 런던에서 같이 했는데, 네빌 마리너 자택으로 연습하러 갔었어요. 너무 친절하셨죠. 선생님 2층인데 1층까지 마중 나오시고, 책에서 보던 영국 신사 같은 모습이었어요. 90대였는데도 너무 정정하셨죠. 그리고 정말 많은 표기가 되어 있는 모차르트 악보를 보았습니다. 수많은 피아니스트들이랑 하셨을 텐데 너무 열려 있는 마음으로 선생님께서 주장하는 건 거의 없었고 제가 먼저 이야기 하기를 바라셔서 감동이었습니다. 레코딩은 하루 동안 했는데 선생님이 워낙 디렉션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2018년 4월, 기자 간담회에서. (c) 크레디아


모차르트의 25개 협주곡들 중, 특히 애착 가는 작품이 있는지?
다른 협주곡 중에 좋아하는 k.482 e플랫장조(22번), 이 곡은 마리너 선생님이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연주했던 곡입니다. 2번 연주했어요.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연주한 모차르트 협주곡으로 초등학교 2학년때 연주했었습니다. 사실 어린 애가 하기에는 매우 복잡한 곡인데 말이죠. 2중, 3중으로 구성되어 있고, 모든 것이 담겨있는 구성이 좋아서 그 곡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입니다. 사실은 k.491(24번)도 좋아합니다. 모차르트의 협주곡 중에서 25개 중에, 단조는 딱 2개밖에 없는데 단조가 정말 평소에 모차르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는 것 같은 면모가 있어요. 그래서 좋아하죠. 지금까지 25개 협주곡 중에 10개 정도 밖에 오케스트라와 못했는데, 나머지 안 알려진 곡도 하고 싶어요.

10월 2일 네빌 마리너 경이 별세하셔서 그 때 공연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10월 7일 공연에 관한 한 말씀 주세요.
10월에 함께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앙상블 서울’에게 제가 왜 같이 하자고 제안을 드렸는지 설명 드리고 싶어요. 네빌 마리너 경께서는 런던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주자였었죠. 거기서 뜻이 맞는 주자들과 더 적극적으로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뜻으로 ASMF(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를 만들었는데, 저도 그런 취지로 만든 악단이 없을까? 하고 찾아보니 그런 앙상블이 있더라고요. 학생들로 이루어진 단체인데 5-6년을 연주해왔고 그런 점을 감명 깊게 생각했고, 그래서 같이 연주하게 되었습니다. 10월에 연주와 투어를 가지면서 이 음악을 직접 들려드릴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잘 알려진 곡이지만 콘서트에서 많이 연주되는 곡 아니라고 생각해서 이번 기회에 많은 분들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